[단독]‘한국을 탄소중립 중심지로’…탄소중립국제박람회 추진

외교통상 전문가 韓총리 강력 추진…“CES처럼 만들자”
범부처 참여 민관합동 형태…환경·탄소중립 행사 통합
세계박람회 유치 호재 작용 기대…국제기구도 섭외
“탄소중립 중심국 자리매김 기회…의미있는 합의 병행돼야”
  • 등록 2022-07-05 오전 5:00:01

    수정 2022-07-05 오전 5:00:01

[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기후변화 대응 및 탄소중립을 향한 전 세계의 움직임이 바빠지는 가운데 정부가 ‘탄소중립국제박람회(가칭)’를 추진한다. 외교통상 전문가인 한덕수 국무총리가 구상한 행사다. 정부는 전 세계의 ICT 제품과 기술이 한자리에 모이는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처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기술·제품 전시하며 한국을 탄소중립 선도국으로 각인시킨다는 계획이다.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인 ‘CES 2022’ 이 개막한 지난 1월5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관람객과 취재진이 전시장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韓총리 강력 추진…범부처 참여 민관합동 형태

4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 개최를 목표로 탄소중립국제박람회를 준비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총리실 산하 탄소중립위원회, 외교부 등 유관 부처가 모두 참여하는 민관합동 형태의 대규모 국제행사로 계획 중이다.

국제박람회 개최를 구상한 이는 한 총리다. 지난달 그는 한 포럼 행사에 참석해 “대한민국이 올해부터 국제 기후변화 엑스포를 유치(개최)할 예정”이라며 “CES와 같은 국제적인 행사를 대한민국에서 개최할 계획이다. 국제적인 전시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할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한 총리의 지시 이후 일부 부처를 중심으로 초안이 만들어지고 있다.

박람회 성격은 기후위기 대응 및 이를 극복하기 위한 탄소중립 관련 기술이 망라될 것으로 보인다. 한 총리가 예로 든 CES처럼 신기술을 발표하는 동시에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신제품이 전시될 것으로 보인다. 박람회가 민관합동 형태로 추진되는 이유도 기술을 갖춘 대기업이 다양한 탄소중립 관련 신기술·제품을 선보일 수 있게 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달 15일 오전 서울 중구 장충동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3회 이데일리 전략포럼, 기후위기: 가능성 있는 미래로의 초대’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사진 = 이데일리DB)


환경과 탄소중립 기술을 동시에 담아낼 수 있는 행사인 만큼 관련된 각 부처 행사도 박람회로 모일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산업부가 주최하는 ‘대한민국 에너지 대전’, ‘탄소중립 엑스포’와 환경부가 주최하는 ‘대한민국 ESG 친환경 대전’ 등의 행사가 박람회 기간에 열릴 수 있다. 이외에도 정부 부처나 산하기관이 주도하는 재생에너지, 수소에너지, 환경 관련 행사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각 부처의 행사와 예산을 모으고 부족한 부분은 추가로 예산을 확보해 국제적인 규모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에 호재 기대

정부는 국제박람회에 걸맞게 환경이나 탄소중립 관련 국제기구도 섭외할 계획이다. 이는 외교통상 전문가인 한 총리가 크게 강조한 부분으로 전해졌다. GCF(녹색기후기금), IEA(국제에너지기구) 등이 주요 섭외대상이 될 전망이다. 또 기조연설자로 글로벌 인사를 섭외하는 작업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범부처 협의체에 함께할 외교부가 이 같은 업무를 전담하게 된다.

지난해 10월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개최된 2021 탄소중립 EXPO와 2021 대한민국 에너지대전의 모습(사진 = 뉴시스)


박람회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정부가 적극 힘을 싣고 있는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에도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지난달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 2차 경쟁 PT에서 한 총리가 직접 프랑스어와 영어로 발표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영상 메시지를 보내는 등 총력전을 펴고 있다. 부산이 도전하는 세계박람회는 앞서 대전, 여수에서 열렸던 규모가 작고 주제가 한정된 인정 엑스포가 아닌 ‘전문박람회’다.

세계박람회 유치는 향후 BIE 현지실사(2023년 1~3월), 4차 PT(2023년 6월), 5차 PT 및 개최지 투표(2023년 11월) 등의 절차를 남겨두고 있어 탄소중립국제박람회가 뚜렷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박람회를 잘 치러낸다면 현지실사 및 4·5차 PT에서 각국 대사를 설득하는 데 한결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산세계박람회 주제인 ‘세계의 대전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항해’ 및 부제 ‘자연과 지속가능한 삶’과도 탄소중립국제박람회 사이에 연결고리가 많은 것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정부 관계자 역시 “탄소중립박람회 성공적 추진은 세계박람회 유치 의지와 연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을 지낸 조용성 고려대 교수는 “박람회가 잘 개최된다면 한국이 탄소중립을 주도한다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주요국과 함께 탄소중립 관련 의미있는 발표문이나 선언문 같은 합의가 이뤄져야 더 뚜렷한 인상을 남길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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