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럼피스킨병 백신만으론 안심 못해…'차단방역' 강화해야"

조호성 전북대 수의학과 교수 인터뷰
"당분간 추가 확산도…항체 형성 후 11월 말 소강"
"소 농장, 세척·소독·출입통제 등 차단방역 미흡"
"백신 자가접종 한계도…가축방역관 처우 개선해야"
  • 등록 2023-11-06 오전 5:10:00

    수정 2023-11-06 오전 5:10:00

[익산(전북)=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럼피스킨병 백신의 효과는 접종 후 3주가 돼야 생기기 때문에 아직 안심하기 이릅니다. 근본적으로 차단방역 시스템을 재점검해야 합니다.”

조호성 전북대 수의학과 교수는 최근 전북 익산 전북대 동물의료센터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럼피스킨병 확산에 대해 이같이 경고했다. 조 교수는 대한수의학회 재난동물감염병특별위원장으로 국내 가축 전염병 전문가로 꼽히는 인물이다. 럼피스킨병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5일 기준 럼피스킨병 확진 사례는 78건으로 늘었다. 지난달 20일 충남 서산 한우 농장에서 최초로 발생한 이후 10여일 만에 전국으로 확산됐다.

조 교수는 이같은 빠른 확산 이유에 대해 “잠복기를 고려하면 이미 9월 말에 럼피스킨병이 국내에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잠복기 동안 증상이 발현되지 않아 추석 명절 등으로 소 이동이 늘어나면서 전국적으로 병이 확산 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발병 초기 대응에 대해선 후한 점수를 줬다. 정부는 2019년 중국에서 럼피스킨병이 발생했을 때부터 국내 유입을 대비해 럼피스킨병 전문가 협의회를 만들어 준비를 했다. 표준행동절차(SOP)를 만들고 진단시스템을 점검했으며, 백신 초기 필요량을 비축해뒀다.

그 결과, 빠르게 백신 400만 마리 분량을 도입해 전국 소 사육 농장에 접종을 시작할 수 있었다. 현재 중수본은 전체 407만 6000마리 중 345만6000마리(84.8%)에 접종을 완료했다. 오는 10일까지는 접종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조 교수는 “항체 형성이 완료되는 11월 말이면 확산세는 진정될 것”이라고 에상했다.

문제는 백신 유효기간이 1년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럼피스킨병이 내년에 재확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기후변화로 전세계 신종 가축 전염병도 늘어나면서 앞으로는 더 많은 전염병이 발생할 우려도 크다. 올해 국내에서만 조류인플루엔자(AI), 구제역(FMD),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럼피스킨병 등 1종 가축 전염병이 4가지나 발생했다. 교통과 물류 시스템의 발달로 질병 전파도 더욱 빨라지고 있는 데다, 우리나라는 중국·북한 등 주변국의 가축 질병 발생 여부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워 가축 질병 방역에 애를 먹는 상황이다.

조 교수는 이같은 상황에서 백신 접종만으로는 감염을 막는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백신은 비용이 많이 들고, 오염원에 노출될 경우 효과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질병이 농장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는 ‘차단방역’을 강조했다. 조 교수는 “질병의 감염은 세척, 소독, 출입통제 등 차단방역으로 막을 수 있다”며 “4년 전 ASF가 발생한 후 돼지 농장은 8대 방역시설 기준이 의무화되면서 차단방역 시스템이 크게 달라졌다. 반면 소 농장은 여전히 기본적인 소독도 미흡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자가 접종으로 인한 문제가 끊임없이 지적되며, 백신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시·도의 가축 방역을 담당하는 가축방역관의 처우 개선도 강조했다. 현재 수의사 인력 부족으로 백신 접종을 할 때 50마리 이상의 농장은 자가 접종을 하고 있는데, 이는 전체 소의 72%에 달한다. 그는 “가축의 백신은 수의사가 해야 하는 당연한 일이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면서 “과중한 업무 대비 낮은 직급과 임상 수의사 절반 수준의 수입 등 처우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조호성 전북대 수의학과 교수가 최근 전북 익산 전북대 동물의료센터에서 럼피스킨병 확산에 대해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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