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날 은행권의 50년 만기 주담대 취급 실태를 발표하며 “50년 주담대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우회해 대출한도를 높이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다주택자에도 무분별하게 취급돼 가계부채 급증, 투기수요 유입 등 시장 리스크 확대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세훈 금융위 사무처장도 “느슨한 대출행태” 등의 표현을 쓰며 은행권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실제로 지난 1~8월 50년 주담대를 받아간 차주 가운데 다주택자 비중이 18.0%였다. 1주택 보유자도 34.0%였는데 여기엔 주택 처분을 예정하지 않은 차주도 포함돼 있다. 무주택자 비중은 47.7%에 그쳤다.
50년 주담대를 이용한 다주택자 상당수는 집단(잔금)대출로 받아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8개월간 은행권이 취급한 50년 주담대는 8조3000억원 규모인데 잔금대출이 4조5000억원(55%)이었다. 잔금대출은 집단으로 취급돼 차주 단위 심사가 느슨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50년 만기 잔금대출의 평균 DSR은 50.4%였다. 잔금대출은 입주자모집공고 당시 규제를 적용해 DSR이 40%를 초과할 수 있다.
|
특례보금자리론은 오는 27일부터 부부합산 소득이 1억원 이하이면서 주택가격이 6억원 이하인 무주택자에게만 접수를 받기로 했다. 1년간 한시적으로 39조6000억원을 공급할 계획인데 이달 8일까지 37조6000억원(95.1%)이 판매되면서다. 현 추세대로라면 10월 중 공급 목표액이 모두 소진된다.
상대적으로 지원 필요성이 높은 차주에게 공급을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부부합산 소득이 1억원을 초과하거나 주택가격이 6억원 초과~9억원 이하인 차주가 대상인 일반형 상품은 취급을 중단한다. 우대형은 공급 목표액이 소진돼도 내년 1월까지 공급을 지속하기로 했다. 그러나 현재 주택 소유자라면 우대형 상품도 이용할 수 없다.
금융위는 “특례보금자리론 공급요건 개편은 한정된 재원을 서민·실수요층에게 집중하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라며 “서민·실수요층에 대한 혜택이 공급속도 조절 과정에서도 최대한 유지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향후 금리 인상 시에도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보다 낮은 금리 수준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
당국은 또 중장기적으로 ‘스트레스 DSR’ 도입을 검토하겠다고도 밝혔다. DSR 산정 시 스트레스 금리를 가산하겠다는 것이다. 스트레스 금리란 향후 금리상승 가능성 등을 고려해 추가 가산금리를 부과하는 것이다. 실제 대출금리에는 적용하지 않지만 DSR ‘산정 금리’가 올라 한도가 축소된다.
예컨대 연소득이 5000만원인 차주가 4.5% 금리로 50년 만기 주담대(DSR 40% 적용)를 받으면 지금은 최대 4억원을 빌릴 수 있지만 스트레스 금리 1%포인트를 적용하면 한도가 3억4000만원으로 줄어든다.
당국이 스트레스 DSR을 검토하고 나선 것은 최근 몇년새 시중금리 변동폭이 커지면서 금융회사는 물론 차주 부실 우려도 커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차주가 변동형으로 주담대를 받아도 DSR은 고정금리로 빌렸을 경우를 가정하고 계산되는 탓에 금리 상승기에는 리스크를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 ‘갚을 수 있는 만큼 빌려야 한다’는 원칙이 흔들리고 금리 변동 리스크를 차주가 짊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밖에 당국은 50년 주담대를 집중적으로 취급한 농협은행과 수협은행, 기업은행(024110) 등 특수은행에 대한 고(高)DSR 관리실태를 점검해 필요시 규제를 강화하고, 40년 이상 초장기 주담대엔 높은 고정금리 목표비중을 설정하는 등의 과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