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식(82) 전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과기부총리제 신설과 과학기술 패권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여든이 넘은 과학기술계 대표 원로인 그는 인터뷰 내내 국가 미래를 걱정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김우식 전 부총리는 노무현 정부 때 과학기술부 장관이 부총리를 겸임하는 과기부총리제를 지낸 인물이다. 오명 전 부총리에 이어 2년(2006년~2008년) 동안 과기부총리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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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번 관계부처 회의 끝에 우주개발진흥계획 만들어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활동으로 새 정부의 정부조직 개편안이 최대 관심사다. 과학계에서도 과기부총리제와 대통령 직속 민관과학기술위원회 신설 여부가 화두다. 과기부총리제는 노무현 정부 때 신설된 이후, 이명박 정부 때 과학기술부와 교육부가 통폐합되면서 사라졌다.
10여년 지난 정부조직인 과기부총리가 주목받는 이유는 글로벌 패권 경쟁 속 생존 모색, 정부부처 간 연구개발 조정과 중복 투자 방지, 거시적인 관점에서 과학기술중심 국정 운영을 위한 효율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이를 직접 경험한 김 전 부총리는 지난해 11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등을 찾아 과학계 후배들에게 과기부총리제의 필요성을 설파했고, 대선캠프를 다니며 과학기술부총리제 도입을 비롯해 과학기술 중심 국정운영을 해달라며 설득해왔다. 김 전 부총리는 “과학기술에 우호적인 여론이 있고, 국정 운영 초기인 만큼 좋은 기회”라며 “과학기술부총리제 부활과 과학기술패권 구축을 서둘러야 할 시기”라고 설명했다.
그가 기억하는 노무현 정부 시절 과기부총리는 어땠을까?
김우식 전 부총리는 부총리제의 장점으로 거시적인 관점과 산업부나 국방부 등 부처 간 조율을 꼽았다.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가 과학기술 전략을 마련할 수 있고,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예산권을 바탕으로 힘을 가지고 조율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러시아를 찾아 나로호 로켓 조립 과정을 지켜보며 현장 연구자들을 격려하고, 국가우주로드맵을 만들며 국산 로켓 누리호를 비롯한 국가 우주개발 기틀을 마련했던 부분은 현 시점에서도 유효하다”고 했다.
◆과학기술 예산은 나눠주기보다 시리즈로 파고들어야
과학기술부총리가 가진 예산권도 강조했다. 그는 “부총리는 예산권을 가져 부처 간 이해관계 조정이 쉽고, 중복되는 부분도 미리 조정할 수 있다”며 “과기부, 산업부, 복지부 등에서 제목은 다르지만 중복되는 게 꽤 많은데 과학기술은 거시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각 부처들에게 ‘나눠주기’ 보다 하나의 계획을 갖고 시리즈로 연속해 파고드는 부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직속 민관과학기술위원회가 있다면 굳이 과기부총리가 필요할까? 하지만 그는 둘은 다르다고 했다.
김우식 전 부총리는 “민관과학기술위원회도 하나의 콘트롤타워로 거론되지만 부처 간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조직을 실행력을 갖고 밀고 나가려면 권한이 있는 부총리제가 낫다”고 평했다. 이어 “한차례 해본 경험도 있기 때문에 부총리제를 도입한다면 관계장관회의에서는 부처 간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실행력을 갖고, 예산배분권과 예산 조정권을 바탕으로 권한을 강화한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실무위원회에서 관계장관회의를 뒷받침하며 제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원전쟁 대비할 과학기술 패권 경쟁 우위 서야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끝나면 자원전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이 나선다면 요소수 대란과 같은 사례가 니켈 등 다른 자원으로 이어져 언제든지 되풀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코로나19는 어차피 싸워야 할 문제이고, 경제가 나빠져 자원을 무기로 하는 패권 경쟁이 심해질 것”이라며 “청와대 용산 이전 이슈보다는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미국, 유럽과의 협상을 빨리하고, 앞으로 예상될 상황에 대비하는 게 급하다”고 조언했다.
글로벌 자원 전쟁에 대비하려면 과학기술 중심의 국정운영이 필요하고, 이를 뒷받침할 것이 바로 과학기술부총리제라고 재차 강조했다.
김 전 부총리는 “세계 경제에서 우리가 파고 들어가서 기술을 잡을 아이템을 전략적으로 투자해야 하며,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를 빨리 선별해 밀고 나가야 글로벌 패권 경쟁에 대응할 수 있다”며 “바이오헬스, AI 등과 같은 유망한 과학기술 분야에서 미래 먹을거리를 전략적으로 찾아 투자하고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윤석열 정부가 우리나라가 과학기술 패권국으로 도약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했다. 김 전 부총리는 “세계 각국이 자원 전쟁을 펼치고 나면 발등에 불이 떨어져 이미 늦게 되기 때문에 초조하다”면서 “과학기술로 전 세계 기술패권을 장악하자는 것에 전 국민이 공감하고 지지할 것이라 생각한다. 효율적인 조직개편이 이뤄지고, 과학기술 중심 국정 운영을 통해 우리나라가 도약하는 기회를 마련했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김우식 전 과기부총리는..
▲1940년생 ▲연세대 화학공학과 학·석·박사 ▲전 연세대 총장 ▲전 대통령 비서실장 ▲전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 ▲현 창의공학연구원 이사장 ▲현 KAIST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