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전과 살아가기]말기 심부전 환자의 희망, 인공 심장

김경희 인천세종병원 심장이식센터장
  • 등록 2022-02-19 오전 12:03:02

    수정 2022-02-19 오전 12:03:02

[김경희 인천세종병원 심장이식센터장] 일과를 마치고 저녁에 퇴근길에 우리 병원에서 근무를 하다 타 병원으로 옮기신 교수님이 전화를 걸어 환자 상의를 요청하셨다. 50대 남자분인데 몇 년전에 급성 심근경색으로 인한 쇼크로 오셔서 체외 순환기인 에크모를 삽입하고 겨우 관상동맥에 스텐트를 넣고 퇴원은 했지만 이후 심근 경색에 의해 심장 근육이 모두 섬유화되면서 심부전으로 잦은 입퇴원을 한다는 것이었다.

김경희 인천세종병원 심장이식센터장
환자는 당뇨가 잘 조절되지 않고 있다가 심근 경색 후 약물 치료 하면서 조절되었고, 고지혈증과 흡연력이 있었다. 최근까지 잦은 입퇴원을 하고 승압제를 사용하였다고 한다. 심장 기능은 정상의 4분의 1수준으로 많이 감소해 있었다. 환자는 교수님이 병원을 옮기면서 같이 따라 가 진료를 하고 있었는데 최근 입퇴원을 반복하면서 입원 기간중 신장의 기능도 많이 감소해서 심장 이식이 필요할 것 같아 의견을 구하고자 하셨다.

심장의 기능이 감소하면 심장에서 신장, 콩팥으로 가는 피의 혈류량도 감소해 신기능이 감소할 수 있고, 당뇨병으로 인해서도 신장 기능은 악화 될 수 있다. 그런데 신장 기능이 더 많이 감소하게 된다면 심장만 이식을 하게 될 때 신기능이 악화돼 추후 투석을 할 수도 있어, 신기능이 많이 감소하기 전에 심장 이식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환자가 나이도 젊고 입퇴원을 반복하는 상태이며 심장의 기능은 이미 다 손상돼 섬유화가 진행됐고 좌심실 부전으로 인한 2차적인 폐고혈압이 발생하는 상황이라 심장 이식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필요해 본원으로 이송, 심장 이식을 고려하기로 했다. 그런데 심장 이식은 현재까지 뇌사자의 심장이 있어야 하고, 그런 뇌사자를 누가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심한 심부전 환자들은 심장 이식을 기다리면서 심장이 기능을 다하게 되면 돌아가시는 상황도 종종 벌어진다.

2020년도 우리나라 장기 기증 데이터에서는 심장이식을 기다리던 중에 약 20% 정도의 환자가 사망했다. 환자는 혈액형이 B 형이었는데 B 형의 경우 2020 년도 데이터상으로는 약 1년 정도가 이식 대기를 하게 되어 환자가 이식 기간중 사망하거나 혹은 오랫동안 이식을 대기하면서 신장 기능이 더 손상될 수도 있었다. 심장 이식은 혈액형이 맞아야 하는데 0형의 경우는 0형의 뇌사자의 심장만이 이식이 가능하며 AB 형은 A 형, B 형, AB 형, O 형이 모두 가능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0형의 경우 대기 시간도 길고 그에 따라 사망률도 높아지게 되며 상대적으로 AB 형의 경우는 이식 대기 시간이 짧다.

환자가 상대적으로 젊었으며 근육이 꽤 있고 다른 장기들이 아직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있어 심장 이식을 할 때까지 소위 말하는 인공 심장인 좌심실 보조장치 (LVAD) 를 먼저 삽입하고 심장 이식을 대기하는 편이 훨씬 이득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좌심실 보조장치는 일반인들에게 인공 심장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심장을 모두 대신하는 정말 인공 심장 (total artificial heart) 는 아니고 (해외에는 total artificial heart 가 있지만 책가방 만한 밧데리를 매일 짊어지고 살아야 하며 심장이 모두 기계로 되어 있어 크고 매우 불편하다), 좌심실을 부분적으로 보조하는 기계이다.

이러한 좌심실보조장치는 환자의 심장 활동과 관계 없이 혈액 순환을 우회하여 순환시킴으로써 심장의 회복을 도와주는 장치고 펌프 역할을 하는 기계에 연결된 관을 하나는 좌심실에 연결하고 나머지 하나는 대동맥에 연결해 좌심실의 혈액을 기계를 통해 대동맥으로 보내게 된다. 이로써 심장의 부담을 덜어주고 우회하는 동안 심실이 휴식해 회복할 수 있게 되고 다른 장기를 보호하게 된다. 이 좌심실 보조장치는 말기 심부전 환자에서 심장 이식전 단계로 사용하거나 혹은 나이가 많아서 이식이 어려운 말기 심부전 환자에서 수년간 사용하면서 생명을 연장 시킬 수 있다.

그러나 밧데리가 1.5kg 정도로 무겁고 밧데리와 연결하는 선이 심장에서 배쪽으로 연결돼 밖으로 빠져 나오게 돼 감염의 위험과 기계가 연결돼 항응고 요법을 하면서 발생하는 출혈 혹은 혈전의 위험이 있어 환자를 잘 선택하고 기계에 대해 충분히 이해 시키고 시술을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좌심실 보조장치는 우리나라에 보험 적용이 된 시기가 2018년도로 그 전까지는 2억 정도의 돈이 필요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환자들에게는 엄두가 나지 않는 시술이었다.

우리나라보다 해외에서는 오래전부터 도입돼 많은 심부전 환자들에게 적용, 그 효용성이 입증됐다. 필자가 2013년도 미국을 방문해 많은 좌심실 보조장치 환자들을 보았을때, 밖으로 나온 밧데리가 다소 부담스럽긴 하지만 환자들이 이전에는 너무 숨이 차서 계단 하나 오르기 힘들었는데, 호흡곤란이 전혀 없고 일상 생활에 불편감이 없이 생활한다는 장점이 있었고 과거 숨숨찰 때 비교하면 지금 보조장치를 하면서 생활하는 것이 좋다는 환자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좌심실 보조장치에 대한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환자에게 좌심실 보조장치에 대해 설명을 드리고 준비와 보험 승인을 위한 절차를 밟기로 했다. 좌심실 보조장치를 시행하였을 때 문제가 될만한 점은 없는지 꼼꼼히 확인을 하고 흉부외과, 재활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등 다학제 협진을 진행했다. 환자의 심기능은 매우 떨어져 있었고 심한 호흡곤란이 있으며 이식을 요하는 환자로 좌심실 보조장치는 무리 없이 보험 승인됐으며 성공적으로 좌심실 보조장치가 이식이 이루어졌다. 환자는 이후 퇴원해 외래를 다니면서 심장 이식을 대기했고 일상생활을 무리 없이 진행했다.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으며 걷기에 무리 없고 호흡곤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신기능은 정상적으로 회복되었으며 모든 기능이 심장 이식을 하기에 적당하였다.

약 9개월이 지난후 2022 년 설 명절 시작전, 환자에게 적합한 뇌사자가 발생해 심장 이식을 진행했다. 뇌사자의 가족들에게는 또다른 아픔이 되기 때문에 심장 이식은 반드시 성공해 뇌사자의 심장이 수혜자에게 들어가 새롭게 생명을 이어 나가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다. 우리 심장 팀 모두가 한마음으로 정성껏 환자의 심장 이식에 온 정성을 쏟았다. 명절도 모두 반납하고 오로지 심장에 올인한 우리 심장 이식팀은 성공적으로 환자의 심장을 이식했고 환자는 곧 퇴원할 예정이다. 지금은 누가 보아도 심부전이 있었던 환자로 보이지 않는다.

말기 심부전 환자를 위한 약물, 기계, 그리고 인공 심장등은 점차로 발전하고 있으며 더 많은 환자에게 삶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심부전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적으로 혈압, 고지혈증, 당뇨, 비만을 잘 조절하고 예측치 못한 심부전이 발생했을 때 제대로된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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