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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영국 영란은행(BOE)이 예상을 깨고 전격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무려 3년4개월 만이다. 인플레이션이 기승을 부리면서 주요국 중앙은행 중 처음으로 ‘행동’에 나선 것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에 이어 내년 초 채권 매입을 중단하기로 했다. ECB는 주요국 가운데 긴축 속도가 가장 느린 것으로 평가 받지만, 그 방향은 돈줄 조이기라는 점을 확인한 셈이다. 팬데믹 이후 풀었던 유동성을 거둬들이는 ‘긴축의 시대’가 본격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란은행은 16일(현지시간) 12월 통화정책위원회(MPC)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0.10%에서 0.25%로 0.15%포인트 인상했다. 영란은행 금리를 올린 건 지난 2018년 8월 이후 3년4개월 만이다.
이번 인상 결정은 다소 의외인 측면이 있다. 영국이 오미크론 변이의 유럽 내 핫스팟으로 떠오른 만큼 ‘더 지켜보자’는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게 시장의 당초 예상이었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이 경제 회복을 위협하는 와중에 금리를 올리면 자칫 침체를 가속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는 탓이다. 그런데도 이런 전망을 깨고 전격 금리 인상에 나선 건 그만큼 인플레이션 급등을 영란은행이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영란은행은 통화정책 성명을 통해 “물가 압박이 더 지속할 것이라는 일부 신호들이 있다”며 “인플레이션을 2.0% 목표로 되돌리기 위해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영란은행이 내년에 추가로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 HSBC자산운용의 후세인 메흐디 투자전략가는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높아지면서 영란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등) 추가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연준은 내년 3월 테이퍼링을 종료하고 내년 중으로 3회 인상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또 그동안 인플레이션을 두고 써 왔던 ‘일시적(transitory)’ 문구를 삭제했다. 팬데믹 이후 풀었던 유동성을 거둬들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월가의 한 펀드매니저는 “연준이 (자체 추정) 장기 중립금리 2.50%까지는 인상할 수 있음을 각오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보적인 기축통화국인 미국이 앞장서고 영국 등 주요국들까지 움직이면, 다른 나라들은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