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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는 20여 년 전, 아이를 낳은 후 유방암을 앓아 한쪽 유방을 절제하고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 안타깝게도 유방 절제술 시 림프절 전이가 있어서 림프절 절제술도 함께 진행하게 되었는데, 수술 후 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한쪽 팔도 자주 붓고 아픈 증상도 생겼다고 했다. 겨우 유방암을 벗어나게 되어 행복했는데, 심부전을 앓게 되어 결국 심장 이식을 해야 한다고 하니 환자는 절망에 빠지고 말았다. 수술의 고통을 겪어본 환자는 더는 또 다른 수술을 받지 못하겠다고 선언하며 상태가 경미하게 호전되자마자 퇴원 수속을 밟았다.
유방암은 발생률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으며 재발률도 높아 여성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병 중 하나이다. 왜 유방암 환자 중 심부전도 함께 앓고 있는 환자가 많을까. 유방암 환자는 수술과 항암 요법 혹은 방사선 요법을 같이 받게 되는데, 유방암 치료에 쓰이는 항암 요법 중 아드리아마이신을 이용한 항암 요법은 심근에 독성을 일으켜 심장 기능을 떨어지게 한다.
하지만 항암 요법은 유방암 치료에 있어 필수이기 때문에 항암 시작 전과 중간에 심장 초음파를 시행해 심기능을 면밀히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심기능이 감소할 것으로 판단되면 다학제 협진을 통해 환자에게 약물을 바꿀 것인지, 심장 보호제를 사용할 것인지 숙고해 결정해야 한다. 아울러 아드리아마이신만큼은 아니지만, 단백질의 특정 부분에 결합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허셉틴’ 또한 심장의 기능을 감소시킬 수 있다.
5년이 지난 지금 김모 환자는 어떻게 되었을까. 환자는 3개월 정도 승압제를 사용하면서 심장 이식을 기다린 후에, 항체를 없애는 치료를 받으며 심장 이식을 성공적으로 받게 되었다. 심장 이식 치료 중간에 우울증이 발병해 환자 스스로 치료에 대한 의욕도 잃고 식사도 잘 못 하는 상황이 도래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심장 이식 후 열심히 몸을 회복한 환자는 현재 손녀와 여행도 다니고 즐겁게 산책도 하면서 호흡곤란 없이 누구보다 건강하게 생활을 하고 계신다. 이식 후에도 약간의 우울증이 남아 있었지만 또 다른 삶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더 열심히 살도록 격려해 주는 건 의료진의 몫이기도 하다. 지난 봄날, 아름다운 벚꽃을 보면서 살아갈 수 있게 해주어 감사하다는 환자의 말씀에 의료진 또한 큰 힘을 얻고 환자들을 살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