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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이수정(27) 씨는 최근 교보문고 광화문점의 변신이 반갑다. 예전과는 달리 편하게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은 지난해 12월 리모델링을 하면서 서가를 조정하고 고객의 편의공간 확보에 공을 들였다. 뉴질랜드산 카우리 소나무로 만든 대형 테이블을 들여놓고 400여석의 좌석을 마련했다. 이씨는 “이전에는 서가도 좁고 앉을 곳이 마땅치 않아 필요한 책만 골라 빨리 서점을 떠났다”며 “이제는 서점이 마치 북카페처럼 편안하게 달라져 서점에 머무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고 말했다.
△북카페처럼 변신 중인 대형서점
교보문고를 비롯해 도시 중심가에 위치한 대형오프서점들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기존의 빽빽한 서가 일변도의 매장에서 탈피해 테이블과 의자를 늘리는 등 편의공간을 확충하며 마치 북카페나 대학 도서관처럼 바뀌고 있는 것이다. 교보문고는 광화문점 외에도 서울 동대문의 바로드림점, 지난 3월 영남권 최대 규모로 문을 연 울산점을 새롭게 단장하고 매장 중앙통로에 매대 대신 의자를 놓는 등 편의공간을 늘렸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 입점한 반디앤루니스 롯데월드몰점과 지난 3월 부산에 문을 연 반디앤루니스 신세계센텀시티점도 북카페 같은 인테리어가 화제다.
반디앤루니스 신세계센텀시티점은 매장 곳곳에 대형소파를 설치하고 노트북을 사용할 수 있는 테이블도 따로 마련했다. 이렇게 마련한 좌석이 180여석에 이른다. 부산 해운대구에 사는 김상준(25) 씨는 “책을 앉아서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많아 편리하다”며 “마치 대학 도서관 같은 분위기라 책 구매 외에도 공부를 하러 자주 들른다”고 말했다.
△독자는 환영…출판사는 속앓이
출판사 따비를 운영하는 박성경 대표는 “대형서점은 기본적으로 책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공간”이라며 “이 안에서 서가와 매대가 줄어든다는 것은 책의 종 다양성이 반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우려감을 드러냈다. 이어 박 대표는 “서가와 매대가 줄어들수록 서점을 찾는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책도 줄어든다”며 “특히 마케팅비용이 부족한 중소 출판사로서는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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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인구 줄어든 데 따른 고육책
황지현 반디앤루니스 마케팅팀 과장은 “이제 단순히 책을 유통하는 방식만으로는 대형서점의 운영이 쉽지 않다”며 “고객이 머물며 편히 책을 읽을 수 있고 책 이외에도 여러 문화 관련 상품을 향유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을 시도하는 것이 대형서점의 변화 트렌드”라고 말했다.
△서점 정체성 잃지 않는 방법 고민해야
대형서점의 이 같은 변화와 출판사의 반응에 대해 전문가들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대형서점이 과거와 달리 책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라 책을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한다는 것은 독자의 입장에서 분명히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형서점이 독자 편의의 공간에 치중하고 책 이외의 상품을 파는 공간을 확충하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서점의 정체성을 해칠 수 있다”며 “대형서점이 출판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만큼 독자와 출판사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구조에 대해 보다 열린 자세로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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