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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대호 기자] 네이버(035420)가 스마트빌딩에 꽂혔다. 네이버가 보는 스마트빌딩이란 임직원이 출근부터 퇴근까지 오롯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시스템 전반이 인공지능(AI) 비서 역할을 해주는 건물을 말한다. 제2사옥이자 로봇친화형 건물인 1784가 대표 사례다. 사실 국내 유일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회사는 한발 더 나아가 스마트빌딩을 손안에 넣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협업툴로 잘 알려진 네이버웍스를 AI 기반 건물 자동화 시스템과 연동해 음성(자연어)으로도 명령이 가능하고 건물의 세세한 부분까지 권한을 열어 회의실 온·습도까지 앱으로 제어할 수 있게 만든다. 그야말로 미래형 건물 솔루션이다. 네이버가 1784를 거대 시험장(테스트베드)로 삼아 첫 걸음을 뗐다.
창사 이래 최대 협업…손안에 넣는다
최근 네이버 1784에서 웍스모바일 프로젝트의 오원석 총괄과 이종혁 기획담당자를 만났다. 두 사람은 네이버 그룹사가 협업하는 1784 태스크포스(TF)에도 속해있다. 조직 간 협업의 결과물을 네이버웍스에 연결시켜 손안에서 체감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오원석 총괄은 1784 TF와 관련해 “네이버 역사에서 이렇게 많은 법인들이 참여해 협업하는 프로젝트는 최초라고 알고 있다”며 “각자 서비스에 레거시(기존 시스템)가 있고 규약·정책이 있는데, 그런 것들을 연동하고 하나로 묶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알렸다. 이종혁 기획자는 “이렇게 협업을 하는 경험을 하는 것만으로도 향후 더 많은 확장성 있는 프로젝트의 초석이 되리라 본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네이버가 멤버십 시스템을 선보이면서 내부적으로 여러 법인과 조직 간 협업을 활성화한 바 있으나, 1784의 경우 그 범위가 크게 확장돼 있다. 네이버랩스와 네이버클라우드 등 여러 굵직한 AI 기술과도 깊숙하게 연계돼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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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4 스마트빌딩 구현 수준은 이렇다. 출근 시 주차를 하게 되면 자동으로 차량 위치를 인식한다. 퇴근 시 차를 어디에 대놓았는지 몰라 허둥댈 필요가 없다. 모바일 사원증으로 게이트를 통과하면 자동으로 엘리베이터가 배정된다. 근무 도중 짬을 내 미리 점심 메뉴를 정하고 원할 시 주문까지 가능하다. 로봇 배달도 요청할 수 있다. 이러한 명령을 스마트폰 터치는 물론 자연어(구어체)로도 수행시킬 수 있다. 퇴근 시 차를 어디에 댔는지 물어보면 구어체로 답변하는 식이다. ‘AI 비서’화된 네이버웍스라고도 볼 수 있다.
오 총괄은 “각 회의실에서도 스마트 제어를 활용할 수 있다”며 “루버(건물 외벽 햇빛가리개) 각도를 조절하고 온도와 조명, 환풍 이런 것들을 직원이 제어할 수 있도록 권한을 열고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전통적 건물과 차별점이라면 특정 소수가 제어 권한을 점유하지 않고 본인이 원하는대로 건물을 사용할 수 있게 한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통적 건물로도 솔루션 전파
이 같은 첨단 AI 기술을 심은 건물은 네이버 1784가 유일하다. 지을 때부터 로봇친화형 스마트빌딩을 목표했다. 네이버 기존 사옥도 1784처럼 리모델링을 계획하고 있다. 오는 2023년 맞춤형 스마트빌딩 솔루션을 상용화할 때 AI 연동을 더한 네이버웍스까지 같이 나갈지 추후 고도화를 더 진행할지는 미정이다.
향후 전통적 건물도 슈퍼앱으로 진화할 네이버웍스 일부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개방형 솔루션을 지향한다. 로봇 관제부터 클라우드 시스템, 협업툴까지 일부 또는 전체 그리고 외부 시스템과도 자유롭게 연결해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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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는 기업 협업툴로서 기능 강화에도 힘준다. 오 총괄은 “네이버웍스엔 메일과 메신저, 캘린더 등 모든 서비스들이 앱 하나에 담겼다”며 “구글만 해도 그룹 웨어를 다 따로 다운받아야 되고 그렇지 않나. 한곳에서 여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차별점”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서 “워낙 서비스가 다양하고 각각의 규모도 크다보니 각자 성장했던 면이 없지 않다”며 “지금은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까지 협업툴 기능이 올라왔고 이런 것들을 조금 더 긴밀히 묶고 메신저 안에서 다양한 기능을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부분을 주력해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펙쌓기’보다는 ‘기획을 직접 하시라’
오 총괄은 네이버웍스에 관심을 둔 인재에 대해 “IT서비스 기획자가 되고 싶다면 영어공부나 특정 자격증을 따는 등의 것들부터 그만둬도 된다”며 강하게 발언했다. 덧붙여 “첨부파일로 서비스 기획서를 내는 것이 더 필요하다”며 “기존 서비스를 분석해 구매전환율을 높인다든지 실제 서비스를 고민해보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을까”라고 조언했다.
인터뷰에 나선 이종혁 기획자도 직접 만든 기획서를 넣어 실력을 인정받고 신입 입사했다. 그는 “토익이나 일반적 기업에서 원하는 스펙이 IT기업에서 크게 쓸모 있는거 같진 않다”며 “서류상으로 보이는 스펙이 아니라 실제로 써먹을 수 있는 그런 기획을 쌓아가는 게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