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우리 정치권이 눈여겨볼 대목은 자민당의 참패 원인이다. 1955년 창당 이후 정권을 내준 적이 단 두 차례에 불과했던 자민당이 받아든 성적표는 191석에 불과했다. 무려 56석이 날아갔다. 이유는 정치 자금 스캔들과 망가진 민생에 있다는 게 일본 언론의 분석이다. 구린 돈과 고달픈 삶에 대한 국민의 분노·한숨이 오만한 정권에 몽둥이를 들었다는 얘기다. 자민당은 아베파를 중심으로 후원금 일부를 장부에 기록하지 않고 빼돌리거나 허위 기재한 혐의가 검찰 수사로 드러나자 의원 39명에게 탈당 권고를 내렸다. 징계받은 의원들이 줄줄이 무소속 출마했지만 비자금 연루 의원 46명 중 60% 이상이 낙선했다.
부패와 경제 실정에 대한 민심의 심판은 일본 중의원 선거가 우리 정부와 정치권에 던진 교훈이다. 소모적 정쟁에 매달리며 민생을 팽개친 여야와 검은돈 유혹에 길들여진 정치인들이 바뀌지 않는다면 돌아올 결과는 일본과 다를 바 없다. 침체 수렁의 내수와 내리막길의 수출, 초저성장 쇼크를 눈앞에서 보고도 앞날을 낙관하는 현 정부 역시 심판을 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