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청소기 등 가전분야에서 차이나테크의 공습이 시작됐다. 지난 6~10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4’는 중국의 기술력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9일 경기 수원시의 생활가전사업부를 찾아 인공지능(AI) 기반 제품을 둘러본 뒤 “우리가 경쟁사보다 얼마나 앞서 있는가”라고 물었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6일 현지 기자간담회에서 “중국은 이제 폄하할 대상이 아니고 무서워할 대상”이라고 말했다. 한국 가전은 일본을 누르고 세계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이젠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올해 100주년을 맞은 IFA엔 약 140개국에서 1800개 넘는 가전 기업들이 참가했다. 중국은 TCL, 하이얼, 하이센스, 로보락 등 400개 넘는 기업이 대거 부스를 차렸다. 로보락 등은 4~5cm 문턱을 쉽게 넘나들고 가구 밑을 파고드는 신형 로봇청소기를 선보였다. 이미 중국은 로봇청소기 시장의 최강자다. TCL은 오디오의 명가 ‘뱅 앤 올룹슨’과 협업한 프리미엄 TV 제품을 선보였다.
중국의 기술력 향상은 놀라울 정도다. 올해 ‘네이처 인덱스’ 순위에서 중국은 1위에 올랐다. 처음 미국을 제쳤다. 최상위 학술지에 실리는 과학 논문 수와 영향력 면에서 중국이 세계 으뜸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연초에 발표한 주요 5개국 기술 평가(2022년 기준)에선 중국이 처음 한국을 앞질렀다. 11대 분야 136개 핵심 기술을 비교한 결과 미국을 100으로 봤을 때 중국은 82.6, 한국은 81.5로 평가됐다. 중국은 지난 6월 세계에서 처음으로 달 뒷면에 탐사선을 착륙시켜 토양 샘플을 채취하는 데 성공한 나라다.
한때 일본이 세계 가전시장을 호령했다. 그러나 한국이 치고 올라오자 중저가 시장에 이어 고가의 프리미엄 시장까지 다 빼앗겼다. 이젠 한국이 수성에 나설 차례다. 중국 최대 통신업체 화웨이는 10일 세계 최초로 두 번 접는 트리플 폴드 스마트폰 메이트XT를 선보였다. 첨단 기술력을 겨루는 시장에서 판세 역전은 순식간이다. 이재용 회장이 새삼 초격차를 주문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일본의 실책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