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연체 늪에 빠진 지방은행, 지역경제 살릴 대책 없나

  • 등록 2024-07-10 오전 5:00:00

    수정 2024-07-10 오전 5:00:00

지방은행들이 연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부산·대구·경남·광주·전북·제주 등 지방은행 6곳의 연체 대출액이 1분기 말 현재 1조 3771억원으로 관련 통계를 공개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최대 규모에 이르고 있다. 지역경제의 저성장이 길어질 경우 지방은행의 건전성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지방은행들이 매년 상당한 규모의 부실채권을 상각과 매각을 통해 정리하고 있음에도 더 큰 부실이 쌓이고 있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부산·대구·경남·광주·전북 등 지방은행 5곳은 올 1분기에만 3763억원의 부실채권을 털어냈다. 그럼에도 1분기 기준 대출 연체율은 0.45~1.56%로 1년 전에 비해 0.1~0.37%포인트 올랐다. 연체율이 가장 높은 전북은행(1.56%)의 경우 시중은행 평균치(0.31%)의 5배에 달했다. 지방은행 중 자산 규모가 가장 큰 부산은행도 1분기 연체율이 0.62%로 1년 전(0.33%)보다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지방은행의 연체율 급등은 주요 고객인 지방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금리 장기화 속에 지방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줄폐업 위기에 내몰린 탓이다. 건설협회에 따르면 건설 경기 침체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올 들어 지난달까지 전국에서 중소 건설사 16곳이 도산했다. 제조업과 유통업 분야도 내수 부진과 고금리 장기화로 벼랑 끝에 내몰리기는 마찬가지다. 중소기업이 밀집한 부산과 울산 지역의 현장 체감경기는 바닥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제주도는 관광객 감소로 올해 휴·폐업에 들어간 숙박시설이 248곳으로 1년 전보다 40배나 폭증했다

지방은행은 지역경제를 비추는 거울이다. 지방은행의 만성적 부실은 도산 위기에 직면한 지방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실상을 보여준다. 지방은행이 지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할 수 있으려면 적극적인 부실채권 정리와 대손충당금 적립을 통해 건전성 지표를 개선하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것만으로는 지방은행의 건전한 육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성장률 격차를 해소하고 지역경제 황폐화를 막을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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