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형마트 영업 규제 완화, 지자체에만 떠넘길 일인가

  • 등록 2024-07-02 오전 5:00:00

    수정 2024-07-02 오전 5:00:00

서울 서초구가 어제 전국에서 최초로 대형마트(준대규모 소매점포 포함) 영업 제한 시간을 1시간으로 대폭 축소했다. 서초구 내 대형마트는 그동안 매일 0시부터 오전 8시까지 8시간 동안 문을 닫아야 했지만 이제는 오전 2시부터 3시까지 1시간 동안만 영업을 중단하면 된다. 이에 따라 서초구 내 이마트 등 4개 대형마트와 홈플러스 등 준대규모 소매점포 33곳이 야간과 새벽 영업을 강화하고 나섰다. 이번 조치로 가능해진 새벽배송을 포함한 온라인 영업에도 뛰어들 태세다.

이로써 서초구에서는 대형마트 영업 제한이 사실상 폐기된 셈이 됐다. 영업 제한 시간을 1시간 남겨둔 것은 대형마트 영업을 제한하도록 한 유통산업발전법을 의식해서일 것이다. 그러잖아도 대형마트 영업 제한 제도는 이미 와해되는 수순에 접어들었다. 서초구는 앞서 올 초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공휴일에서 평일로 전환했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서초구를 포함해 대구와 충북 청주시 등 50개가량의 지방자치단체가 이미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조치를 취했다. 현재 같은 조치를 준비하고 있는 지자체도 수십 곳에 이른다. 이런 추세에 더해 서초구가 첫발을 뗀 영업 제한 시간 축소 조치가 전국으로 확산될 경우 대형마트 영업 규제는 갈수록 유명무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회적 갈등과 비용이 앞으로도 적지 않을 것을 고려한다면 대형마트 영업 규제 완화를 이렇게 지자체 행정 영역에 계속 놔둬야 하는지 의문이다. 의무휴업일을 공휴일에서 평일로 전환하는 일만 해도 지자체가 이해당사자들과 합의를 하고 지방의회의 승인을 받아 조례를 개정해야만 가능하다. 노사 간 갈등과 정치적 공방이 끼어들 수밖에 없다.

2012년 도입된 대형마트 영업 규제의 골목상권 보호 취지는 그동안 많이 퇴색했다. 온라인 거래 급팽창 등 소비 스타일 변화로 대형마트 규제와 골목상권 활성화 간 상관관계는 크게 약화됐다. 오히려 이 제도가 외국 유통기업에 비해 국내 기업을 역차별하고 유통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부작용이 두드러지고 있다. 국회가 더 늦기 전에 유통산업발전법을 뜯어고쳐야 한다. 시대에 맞지 않는 규제로 인한 유통시장 혼란과 소비자들의 불편을 더 이상 모르는 척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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