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그제 86운동권을 강하게 비판하며 특권 정치를 청산해야 한다고 말한 데 대해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이 줄줄이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국정 실패에 대한 반성 없이 전쟁 선포부터 했다”는 지적에서부터 “독설로 가득찬 윤석열의 언어”라는 혹평에 이르기까지 분노와 적개심이 가득한 평가를 앞다퉈 쏟아냈다. “너나 잘해라”는 비아냥 투의 비난은 물론 “민주당과 86세대 악마화에만 열을 올렸다”는 반응까지 나왔다. 기존의 정치권 문법과 달리 새로웠다는 평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민주당으로선 한 위원장이 이재명 대표 심판과 86운동권 청산 의지를 분명히 한 게 불쾌할 수밖에 없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28일 처리하고 윤석열 정부와 대여 공세에 박차를 가하려는 판에 한 위원장의 발언이 일전을 예고한 것이나 다름없어서다. “처음부터 싸우자고 덤비는 건 처음 봤다”는 한 중진 의원의 지적도 이런 배경을 깔고 있다. 하지만 주목할 것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그의 약속이다. 정치권에서는 친윤, 중진 의원들의 불출마 등 대폭적인 물갈이를 알렸다고 보고 있다.
세대교체와 개혁은 사실 민주당에 더 급한 과제다. “수십년간 쓴 영수증을 또 내밀며 국민들 위에 군림하려 한다”는 한 위원장의 지적에 공감할 국민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방탄에 올인한 민주당은 180여가지의 특혜와 특권 울타리에 안주하는 행태를 거듭해 왔다. 입만 열면 약자와의 동행을 외쳐댄 정당으로선 수치스런 일이다. 변화, 혁신을 내세우면서도 비리, 범죄 의혹 등에 연루돼 있거나 실형을 선고받은 의원들이 부지기수다. 이런데도 총선이 가까워지자 공천 경쟁은 불을 뿜고 있다.
불출마를 최근 선언한 홍성국 의원은 “밖에서 경제학 강의를 하는 게 더 낫겠다”고 말했다. 증권사 사장 출신의 경제통인 그가 스스로 의원 배지를 내려놓겠다고 한 것이야말로 진영 논리와 이념 대결에 매몰돼 시대 변화와 담을 쌓고 산 민주당의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준다.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운동권 출신 카르텔과 파벌의 벽에 막히고 투쟁 구호에 묻히는 일이 계속된다면 당은 내리막길을 걸을 게 뻔하다. 특권 정치 청산이 시대정신이 된 현실을 민주당은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