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코스피는 2,360.58(-2.78%)까지 밀렸고 환율은 달러당 1430원대를 훌쩍 넘어섰다. 탄핵 불발 이후 첫 시장 반응이 매우 불안하다. 무디스, 피치 등 메이저 신용평가사들은 사태가 길어지면 국가신용등급이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외신인도에 비상등이 켜졌다. 정부와 여당은 물론 의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도 경제·금융 안정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은 지난주 포브스지에 실린 글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의 대가를 5100만 한국인이 앞으로 할부로 치러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뛰면 나라도 국민도 가난해진다. 환율이 오른 만큼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한국과 대만 증시의 시가총액 차이가 1조달러 가까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대만 자취안지수는 올 들어 약 30% 올랐다. 반면 주요국 중 가장 실적이 저조한 코스피는 탄핵 블랙홀에 빠져들 조짐마저 보인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경제부처 합동 성명에서 “무엇보다 대외신인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27년 전 외환위기와 16년 전 금융위기에서 보듯 한국 경제는 외풍에 취약한 구조다. 방어막을 단단히 치려면 대외신인도를 보강하는 게 급선무다. 이는 정부 혼자 나선다고 될 일이 아니다. 시장은 불확실성, 그것도 장기화를 가장 싫어한다. 국민의힘과 한동훈 대표는 ‘질서 있는 퇴진’을 명분으로 윤 대통령 탄핵안을 폐기시켰다. 그러나 이 전략은 위헌 통치 논란에 휩싸였다. 거대 야당의 반대를 넘어서기도 벅차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을 조속히 끝낼 수 있는 방안이 최선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국가 신용등급에 미치는 폐해가 너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탄핵 정국의 주도권은 민주당과 이 대표가 쥐고 있다는 점에서 야당도 시장 안정에 기여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 대표가 외신 기자회견을 열거나 신용평가사 관계자들을 만나 대외신인도를 높일 수 있는 발언을 한다면 시장 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대표로선 국가 경제를 먼저 생각하는 큰 정치인의 면모를 보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