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 장기화 및 그에 따른 정치 혼란으로 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국가 주요 수뇌부의 상당수가 혼돈 상태에 빠진 탓에 우리 경제를 보는 외부 시선에 불안과 불신이 급속히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9일 코스피가 전일 대비 -2.78% 추락하며 2360.58까지 밀렸던 증시는 어제 2400선으로 급반등했고, 1430원대를 돌파한 원·달러 환율도 오전 중 내림세를 보였으나 시장은 공포에 질려 있다. 국내 증시에서 11월 한달 간 4조원 넘는 주식을 순매도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엑소더스 한국’이 빨라질 우려가 큰 데다 개인투자자들의 움직임도 심상찮아서다.
피해를 입은 것은 증시뿐이 아니다. 숫자로 눈에 보이진 않아도 산업계가 입을 손실은 더 막대하다. 윤석열 정부의 정책 선회로 회생 계기를 잡았던 원전업체들은 원전 정책이 또 바뀔 수 있다며 초조해하고 있다. 원전 수출 사상 최대의 24조원 규모 체코 원전 수주에도 먹구름이 끼었다. 내년 3월 최종 계약을 앞두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예산안에서 원전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이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출혈 저가 수주”라며 정부를 맹비난해온 상태다.
미래 먹거리 방위산업은 피해가 현실화했다. 폴란드 정부와 K-2 전차 수출 협상을 진행 중인 현대로템은 상대 측이 특수 상황을 이유로 결정을 미루고 있다고 한다. 한국과 무기구입을 논의하려 했던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은 최근 한국항공우주산업 방문 일정을 연기했고, 스웨덴 총리는 방한을 취소했다. 정부와 기업이 원팀을 이뤄 상대방 정부를 설득하는 방산 수출의 특징 상 정치 혼란이 벌써 차질을 초래한 셈이다. 업황 악화 및 경쟁력 저하로 위기에 처한 반도체업계에서는 탄핵 정국으로 정부와 정치권의 지원이 늦춰질 경우 무너질 것이라는 공포가 팽배해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시장 안정을 위해 발벗고 나섰지만 이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어제 여·야·정 비상경제점검회의 구성을 요청했지만 국난 극복에 정파적 유·불리 계산이 작용해서는 안 된다. 땀흘려 일하는 기업과 국민이 무슨 죄가 있나. 정치가 경제를 망가뜨리는 악순환의 고리를 이제는 끊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