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책 엇박자에 고삐 풀린 주담대, 가계부채 어찌 잡나

  • 등록 2024-07-12 오전 5:00:00

    수정 2024-07-12 오전 5:00:00

은행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이 그제 발표한 ‘6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예금은행 가계대출 잔액이 올 상반기(1~6월)에 20조 5000억원이나 늘었다. 증가폭이 지난해 상반기의 무려 5배다. 한국은행의 국민계정 기준연도 변경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0% 아래로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 당국의 가계부채 축소 정책이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계대출 급증의 주범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다. 지난달에만 6조 3000억원이 늘어 지난해 8월 이후 10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월별 증가액을 살펴보면 지난 3월에는 5000억원 수준이던 것이 4월 4조 5000억원, 5월 5조 7000억원, 6월 6조 3000억원으로 갈수록 그 폭이 커졌다. 주담대가 급증한 것은 금리 요인이 크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하면서 한은이 올 하반기에 기준금리 인하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같은 예측이 금융시장에 선반영되며 주담대 금리가 낮아졌다. 그동안 고금리에 억눌려 있던 주택 매입 수요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금융 확대가 화를 자초한 측면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정부는 주택도시기금을 통해 금리 차액을 메꿔주는 방식으로 금리를 낮춘 주택 관련 정책대출을 대폭 늘리고 있다. 디딤돌·버팀목·신생아특례대출 등이 그 예다. 지난 5월의 경우 전체 주담대 증가액(5조 7000억원) 가운데 3분의 2가 디딤돌·버팀목대출이었다. 올 1월 말부터 시작된 신생아특례대출에도 5개월 만에 6조원이나 신청이 몰렸다.

주택 관련 정책금융은 취약계층의 주거 안정 지원과 출산율 높이기, 부동산 연착륙, 건설 경기 진작 등을 위해 필요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것이 가계대출 억제 정책과 엇박자를 낸다면 곤란하다. 집값 상승을 부추겨 젊은 세대들을 ‘영끌’ ‘빚투’의 함정으로 내몰 위험이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한국은 경제 규모에 비해 과도하게 부풀려진 가계부채가 경제성장과 금융안정을 위협하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 가계부채 비율이 안정권(80%)에 이를 때까지는 엇박자 정책을 자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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