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질풍처럼 내닫는 中 기술 굴기, 우리 대응책은 뭔가

  • 등록 2024-07-09 오전 5:00:00

    수정 2024-07-09 오전 5:00:00

중국의 테크(기술) 굴기가 무섭다. 선진국을 추격하는 패스트 팔로어를 넘어 첨단기술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로 빠르게 이동하는 모양새다. 싸구려 베끼기는 옛말이다. 중국은 전기차, 배터리, 인공지능(AI), 우주, 유전공학 등 여러 최첨단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중국의 부상을 저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추세를 돌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세계 최상위 학술지 145종에 실린 논문 7만여 편을 근거로 ‘2024 네이처 인덱스’를 지난달 발표했다. 놀랍게도 1위는 중국이었다. 미국은 2위로 밀렸다. 중국이 1등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은 지난해와 같은 8위였다. 연구기관 순위만 보면 중국과학원(1위)을 비롯해 10위권 안에 7곳이 중국 대학부설 또는 정부연구소로 나타났다.

다급해진 미국은 관세를 올리는 한편 반도체 등 첨단기술 수출을 통제하는 등 대응책을 펴고 있다. 최근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대폭 올렸다. 중국산 전기차가 범람하는 유럽연합(EU)도 뒤를 따랐다. 그러나 화웨이 사례에서 보듯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디커플링 전략은 오히려 중국의 기술자립을 촉진하고 있다. 선진국이 사다리를 걷어차면 직접 사다리를 만들어서 위로 오르겠다는 식이다.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에서 중국이 배출하는 인재는 미국을 압도한다. 파격적인 대우를 앞세워 해외인재를 유치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역사적으로 종이, 화약, 인쇄술, 나침반은 중국의 4대 발명품으로 꼽힌다. 중국은 풍부한 자금과 인재를 앞세워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듯하다.

연초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2년도 기술수준 평가 결과안’을 내놨다. 5개국을 대상으로 11대 분야 136개 핵심 기술을 비교한 결과 한국은 처음으로 중국에 뒤졌다. 미국을 100으로 봤을 때 중국은 82.6, 한국은 81.5로 평가됐다. 중국 기술력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선 내년 R&D 예산이 과연 충분한지 정부와 국회가 점검하기 바란다. 한 발 더 나아가 정년퇴직한 고급 인재가 중국으로 발길을 돌리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정년에 예외를 두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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