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쇼핑몰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대금 정산 지연에서 비롯된 혼란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입점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판매대금을 정산받지 못하는 피해를 입는 데 그치지 않고 구매자들이 상품을 못 받을 뿐 아니라 거래를 취소하고 대금을 돌려받지도 못하는 일까지 속출하고 있다. 대금 정산을 못 받은 여행사들이 판매된 여행상품 제공을 중단해 휴가 계획을 망치고 환불도 못 받은 사람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급기야 피해자 수백 명이 어제 위메프 본사에 몰려가 항의하는 등 집단행동으로 확대되고 있다.
티몬·위메프 사태는 지난 7일 위메프 입점 업자 500여 명이 위메프 본사 앞에 모여 판매 대금 지급을 촉구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후 티몬도 대금 정산을 늦추기 시작했고, 두 쇼핑몰이 같은 글로벌 전자상거래업체 ‘큐텐’의 계열사임이 알려지면서 입점업자들의 불안이 가중됐다. 싱가포르에 거점을 둔 모기업 큐텐은 최근 수년 간 무리한 인수합병을 거듭한 탓에 유동성 위기에 빠진 상태다. 때문에 최악의 경우 이번 사태가 정산 지연에 그치지 않고 더 큰 피해를 초래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로서는 피해 입점업자와 소비자들이 확실하게 구제받을 길이 많지 않아 보인다. 티몬과 위메프가 늦게라도 정산 의무를 이행하겠다고 밝히고 위메프의 유화현 공동 대표가 큐텐 그룹 차원의 공동 대응 의지를 밝혔지만 입점 업자들은 “믿지 못하겠다”며 즉각적인 정산을 요구하고 있다. 사태가 불거지자 결제대행 업체들이 두 쇼핑몰에 대해 기존 결제를 취소하고 신규 결제도 막아 소비자들은 구매도, 환불도 어렵게 됐다. 정산 예정액을 두 달가량 대출해 주는 금융권의 ‘선정산 대출’도 끊겨 입점업자들의 고통이 더욱 커졌다.
사태가 20일 넘게 이어졌지만 정부와 금융당국은 거의 수수방관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그제 국회에서 “미정산 문제는 민사상 채무 불이행 문제”라며 거리를 뒀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실태 파악에 나섰지만 뒷북 대응이다. 피해자 범위와 이커머스에 대한 소비자 불안 등을 감안하면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피해자 구제에 정부와 금융당국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