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자립을 못한 채 부모에게 얹혀 사는 20대 비율이 2022년 기준, 8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36국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OECD 평균 50%를 크게 웃돈 것은 물론 이탈리아(80%) 그리스(78%) 스페인(77%) 등 주요 유럽 국가를 모두 앞질렀다. 만성적인 취업난 탓에 젊은이들이 최종학교를 졸업하고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현상이 고착화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올해 15~29세 취업자들이 첫 직장을 얻기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11.5개월로 작년에 비해 1개월 가량 늘었다.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4년(9.5개월)이후 가장 길다.
‘캥거루족’이 늘어나고 이로 인한 경제·사회적 문제가 국가적 고민으로 주목받고 있는 게 한국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이웃 일본 역시 부모에게 얹혀 살며 생활비를 얻어쓰는 ‘패러사이트 싱글’(기생충 독신)증가로 골치를 앓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부모·자식간 소송이 벌어져 법원이 자식들에게 집을 나가라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나라에서건 법원 판결이나 공권력을 동원한 강제 퇴거는 근본적인 답이 아니다. 일자리 부족에서 생긴 문제는 일자리를 만들어 푸는 게 최선의 해법이다.
일자리 창출의 최고 주역이 기업임을 부정할 집단이나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한국의 기업 환경은 일자리 확대와 거리가 멀다. 곳곳에 깔린 규제의 덪과 반기업 정서, 기업 활동을 발목잡는 정치권의 편향적 시각과 비협조 등은 자본, 인재를 되레 해외로 내몰고 있다. 미국 제조 기업의 복귀를 지원하는 단체인 ‘리쇼어링 이니셔티브’가 최근 지난해 미국에 새로 생긴 일자리 28만 7299개 중 14%가 한국 덕이었다고 밝힌 게 단적인 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조사에서 한국의 기업법·규제경쟁력 부문 지수는 올해 61위였다. 총 64개국 중 바닥권임은 물론 2013년 32위에서 11년 만에 29 계단이나 추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신규 투자와 고용 확대에 발벗고 나설 것을 주문한다면 그건 억지다. 캥거루족의 증가는 나라 살림 전반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정부와 정치권의 각성과 해법 찾기를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