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의 폐암 신약 ‘렉라자’가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 시판 허가를 받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20일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와 글로벌 제약사 존슨앤드존슨(J&J)의 표적 항암제 리브리반트(아미반타맙)의 병용 요법을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제로 승인했다. 렉라자는 연내에 1000억원대, 중장기적으로 1조원대의 매출이 기대되는 블록버스터급 신약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로써 FDA의 승인을 받은 국산 신약은 총 9종으로 늘어났다. 2003년 LG화학의 항생제 ‘팩티브’가 국산 신약으로는 처음으로 FDA 승인을 받았다. 이후 2014년 동아ST의 항생제 ‘시벡스트로’, 2016년 SK케미칼의 혈우병 치료제 ‘앱스틸라’, 2019년 SK바이오팜의 수면장애 치료제 ‘수노시’와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 2022년 한미약품의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 2023년 셀트리온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짐펜트라’와 GC녹십자의 면역결핍증 치료제 ‘알리글로’가 FDA 승인을 받았다. FDA 승인이 나오는 시간 간격이 점점 짧아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같은 추세는 K-신약의 글로벌 진출에 가속도가 붙고 있음을 또한 알려 준다. 렉라자에 이어 HLB의 간암 치료제 ‘리보세라닙’과 HK이노엔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 등 다수의 국산 신약이 FDA 승인을 받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는 게 좋은 예다. 하지만 국내 회사들의 신약 개발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신약 개발의 역사가 20여 년에 불과하고, 정부가 이 분야 연구비 지원에 나선 지도 고작 10년가량 지났을 뿐이다. 그런 만큼 관련 인프라 축적이 절대 부족하다. 대규모 임상시험이 필요하지만 시장 규모가 작은 국내 여건도 걸림돌이다.
하지만 K-신약은 우리의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키울 가치가 충분하다. 신약 개발은 한번 성공하면 막대한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초고부가가치 산업이기 때문이다. 산업 전반의 생산성 둔화 추세를 뒤집을 카드이기도 하다. 정부는 개발에 장시간이 소요되고 대규모 투자가 따라야 하는 제약 산업의 특수성을 감안해 세제 혜택 확대 등 보다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