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년이 들수록 농민들이 불행해지는 현 상황은 한국 쌀농업의 구조적 모순을 잘 보여준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1인당 쌀 소비량은 1991년 116.3㎏에서 2022년 56.7㎏으로 31년 만에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소비는 계속 줄어드는데 생산을 줄이지 않아 과잉생산이 수십 년째 이어지고 있다. 그 결과 쌀이 남아돌아 거의 매년 쌀값 폭락 사태를 빚고 있다. 지난해 10월 80㎏당 21만 7552원이었던 산지 쌀값은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이달 15일에는 17만 7740원까지 떨어졌다. 이에 농민단체들이 쌀값 폭락에 항의하며 전국 곳곳에서 트랙터를 동원해 논을 갈아엎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정부가 남는 쌀을 의무매입토록 하는 양곡법 개정을 재추진키로 했다. 그러나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된 이 법안은 해법이 될 수 없다.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해주면 농민들은 생산을 줄이지 않는다. 이는 쌀농업의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증폭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당장은 쌀값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길게 보면 쌀농업의 자생력을 약화시켜 농민 피해를 키우게 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