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연내 공석 공공기관장 160여곳, 논공행상 자제해야

  • 등록 2024-04-16 오전 5:00:00

    수정 2024-04-16 오전 5:00:00

기관장이 이미 임기를 마쳤거나 연내 임기가 종료되는 공공기관이 160곳을 넘는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공기업·준정부기관·기타 공공기관 346곳 가운데 30여 곳은 기관장 자리가 임기 종료 등으로 현재 공석인 상태다. 이에 더해 이달 말까지 40여 곳, 다음 달부터 연말까지 80여 곳의 기관장 자리가 임기 종료로 인해 추가로 공석이 된다. 전체 공공기관 347곳 가운데 거의 절반이 유임이든 교체든 연내 기관장 인사 대상이 되는 셈이다.

공석이거나 연내 공석이 되는 공공기관장 자리가 주목되는 것은 4·10 총선이 끝난 직후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공공기관장 자리가 선거 후 논공행상에 이용된 과거 관행이 이번에도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이미 공석이 된 공공기관장 자리가 수개월이 지나도록 후임자 선임 없이 방치돼 온 것을 놓고 4·10 총선의 논공행상 용도로 비축된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강원랜드는 지난해 12월 이삼걸 사장이 임기를 4개월 남기고 퇴임했으나 아직 새 사장이 선임되지 않았다. 한국관광공사도 1월 김장실 사장이 총선 출마를 위해 조기 퇴임한 뒤 사장 자리가 공석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와 영상물등급위원회를 비롯해 42곳은 임기가 끝난 기관장이 임시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공공기관장은 통상 3년 임기가 보장되는 데다 수억원의 연봉과 여러 특혜를 누릴 수 있어 ‘꿀단지’로 불린다. 선거 때 공천에서 탈락했거나 공천을 받아 출마했어도 낙선한 정치인들이 침을 흘릴 만하다. 이 때문에 낙천·낙선자 가운데 선거 과정에서 당을 위해 공천을 스스로 포기하거나 패배 위험을 무릅쓰고 험지에 출마한 인사에게 이만한 보은 수단이 없다. 문제는 이런 공공기관장 자리 나눠먹기가 고질화하면서 방만 경영이 누적되고 그 결과로 공공기관 부실화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데 있다.

연간 100조 원 이상의 혈세를 지원해야 할 정도로 부실해진 공공기관들은 개혁 대상으로 봐야 한다. 이런 공공기관 수장 자리를 정치적 논공행상의 도구로 삼는 일도 중단해야 한다. 전문성과 개혁 마인드를 지닌 인사들로 자리를 채운다 해도 공공기관 경영 건실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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