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백번을 이해하더라도 공수처 출범 후의 3년 궤적은 무능, 부실과 정치적 편향으로 얼룩져 있다. 직접 수사해 기소한 사건이 단 3건에 불과한데다 이 중 2건은 항소심까지 무죄가 선고됐고 1건은 1심이 진행 중이다. 그동안 청구한 5건의 구속영장도 법원에서 기각됐다. 김 처장이 지난해 초 “가시적 성과물을 내놓는 데 역량을 쏟겠다”고 말했지만 변명의 여지없는 심각한 수사력 부족이다. 한술 더 떠 공수처는 문재인 정부시절 대표적 친문 검사로 손꼽히던 이성윤 검사장에 대해서는 황제 의전 조사로 논란을 불렀다. 야당과 언론에 대한 무더기 통화 내역 조회로 정치 공세에 휘말리기도 했다.
공수처 1기에 쏟아진 비판과 불신은 모두 자업자득이다. 공수처가 3년 동안 쓴 예산은 연평균 152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출범 전 입법 과정에서부터 여야 대치 등 극심한 갈등을 부른 조직이 혈세만 낭비하는 현실을 이대로 방치해야 할지 정부와 국회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공수처가 또 다른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된다면 이는 민주주의에 대한 모독이다. 할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근본 개혁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공수처를 향한 질책과 폐지 요구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