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000명당 2.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3.7명)을 크게 밑도는 우리나라의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정부 주장에는 틀린 데가 없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탓에 의료 수요가 급증할 것이 뻔한 데다 의대 정원이 2006년 이후 3058명으로 계속 묶여 있었음을 감안하면 더 그렇다. 지난 20년간 의대 정원을 두 배로 늘려온 영국이나 38% 늘린 미국 등에서 의사들의 집단 반발이 없었음에 비춰 본다면 우리 의료계의 집단 행동은 납득하기 어렵다. 여러 여론 조사에서 증원 지지 의견이 80% 안팎에 달할 만큼 높았던 터라 질타와 비판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의료 대란 대응에 만전을 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정부 당국과 의사들 간에 오가는 거친 말은 사태를 더 꼬이게 만들고 있다. “의사가 국민에게 협박한다” “의새” 등 관료들의 압박성 발언이 대표적이다. “의료 대재앙을 맞이할 것”이라는 의료계의 맞대응도 선을 넘기는 마찬가지다. 필수수가 5배 인상, 민형사 책임완화 특별법 제정 등을 거론한 의료계 원로들의 고언을 정부는 새겨들어야 한다. 2000명 증원을 ‘정치쇼’라고 말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발언 같은 언사도 더 없어야 한다. 정치권의 무책임한 문제 제기와 개입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