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이번 숙의단 안은 미흡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은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회 안보다 내용상 후퇴했다. 민간자문위는 지난해 11월 이번 숙의단 1안과 같은 내용의 ‘소득보장 강화 방안’과 보험료율만 15%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40%로 유지하는 내용의 ‘재정 안정화 방안’을 제시했다. 각각 연금기금 고갈 시점을 7년과 16년 늦추는 안이다. 이에 비해 숙의단 1안과 2안은 그 시점을 각각 7년과 8년 늦출 뿐이다. 그렇더라도 연금기금 고갈이 2060년대에나 닥칠 일이라고 자위해선 안 된다. 그 이후에도 국민연금은 계속 살아 있어야 하니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또 다시 큰 폭으로 보험요율을 인상하거나 세금 투입에 나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국민연금 운영을 둘러싸고 세대 간 갈등이 심각한 수준에 이를 수 있다.
KDI의 제안이 꼭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고, 국민적 합의도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그 문제의식은 연금개혁 과정에서 한시도 놓아서는 안 될 화두다. 국민연금의 장기적 지속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는 개혁안은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없다. 찔끔찔끔 고갈을 늦추는 식으로는 국민의 신뢰를 더 떨어뜨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