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증가 규모가 소폭에 그친 것은 다행이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코로나19 시기에 풀려나간 과잉 통화를 회수하기 위해 통화 당국이 유례 드문 고강도 긴축을 펴고 있음에도 가계빚 증가세가 멈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코로나19 시절 연 0.5%이던 기준금리를 총 10회 인상해 지난해 1월 3.5%까지 끌어올렸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 영향으로 가계빚이 한때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지난해 2분기 이후 다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비록 소폭이라도 가계빚이 늘고 있는 현 상황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가계빚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기준금리까지 낮추면 과거처럼 폭증세를 유발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가계빚 증가세가 잡힐 때까지 부동산 경기 부양책을 자제해야 한다. 섣부른 부양책으로 집값 상승 기대심리를 유발하고 젊은 세대들을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은 대출)에 나서도록 부채질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엇박자 정책으로는 한은의 통화긴축 효과를 떨어트리고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늦어지게 할 뿐이다. 정부가 주담대 관리를 더욱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