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는 과대평가돼 가격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주가가 내려가면 싼 값에 되사서 차익을 남기는 거래 방식이다. 공매도 물량이 많을수록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신호를 주기 때문에 일부 개인투자자는 공매도를 주가 하락의 주범으로 여긴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시각이다. 오히려 가격기능을 통해 과대평가된 종목을 시장에서 걸러내 주가 변동성을 줄여 준다. 이를 통해 주가조작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어 시장 선진화의 척도로 인식되기도 한다. 공매도는 역기능보다 순기능이 훨씬 크다고 봐야 한다. 선진국들이 공매도를 전면 허용하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지금까지 공매도 전면 금지는 2008년과 2011년, 2020년 등 세 번의 선례가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19 사태 등 세 번 모두 경제위기 국면에서 단행됐다. 경제가 위기 상황이 아닌데도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MSCI 지수 편입을 위해 공매도 전면 허용을 준비해왔다. 그러나 여당의 압박에 밀려 글로벌 스탠더드에 역행하는 선택을 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불법 공매도가 만연해 개인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는 게 금융감독원의 설명이지만 금융이 포퓰리즘에 빠지면 백약이 무효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