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생뚱맞은 의대 5년제, 정부 정책이 '아니면 말고'인가

  • 등록 2024-10-10 오전 5:00:00

    수정 2024-10-10 오전 5:00:00

의대증원 방침에 반발해 갈수록 심각해지는 의료인력 이탈 현상에 대한 대책으로 정부가 ‘의대 5년제’ 방안까지 제시하고 나섰다. 현행 6년제인 의대 교육과정을 1년 단축해 그만큼 짧은 기간에 의사를 더 많이 배출할 수 있다는 발상이다.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는 방침에 맞선 의사들의 기세가 꺾이지 않자 온갖 대응책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응급실 의료수가 인상, 군의관 투입, 간호사 진료지원제 등에도 불구하고 병원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 여론이 악화되자 더 초조해진 정부의 분위기를 보여준다.

가장 큰 문제는 이 방안이 관련부처 간에도 조율이 안 된 졸속 아이디어라는 점이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지난 6일 발표한 ‘의과대학 학사 정상화 비상대책’에 이런 내용이 포함됐지만 정작 주요 유관부서인 보건복지부와도 아무런 협의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그다음날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자리에서 사전 협의가 없었음을 인정했다. 아무리 황급하더라도 정부 정책이 이렇게 추진돼서는 곤란하다. 몇몇 관련자들의 즉흥적인 발상으로 정책이 추진된다면 부작용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선 우려되는 부분이 의료교육의 질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일부 의대의 경우 학점을 충분히 이수한다면 교육기간 압축 운영이 가능하다는 게 교육부 입장이지만 생각과 현실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미국에서 군의관을 조속히 배출하려고 커리큘럼을 압축적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있다지만 어디까지나 전시·파병 등 특수 상황에서다. 지금처럼 의대생들이 정부 정책에 반발해 단체 휴학으로 맞서는 처지에서 이런 대책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가 위기상황에서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는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설익은 발상을 마구 내놓다가는 오히려 신뢰만 떨어질 뿐이다. 지금의 상급병원 운영 차질도 결국 의대증원 방침으로 인해 빚어진 부작용이다. 정책 방향이 원칙적으로 옳다고 해도 대비책 없이 추진하다간 역풍을 만나기 십상이라는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의대 5년제’ 방안도 마찬가지다. 의사나 의대생들은 물론 국민들까지 의아한 눈길로 진행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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