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무산위기 중처법 유예...영세기업 절규 끝내 외면하나

  • 등록 2024-01-23 오전 5:00:00

    수정 2024-01-23 오전 5:00:00

50인 미만(5∼49인)영세 사업장의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적용을 2년 유예하는 방안이 무산위기에 처했다. 관련법 개정안에 대한 여야 협상이 사실상 결렬됨에 따라 마지노선인 25일 국회 본회의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네탓’ 공방을 하며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여야 정치권의 몰염치로 83만여개 중소·영세 사업장은 대혼란이다. 이 법을 제대로 지키려면 안전관리담당자의 인건비 등 추가 비용이 필요한데 가뜩이나 경영사정이 어려운 이들 업체로선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다.

중처법은 2022년 1월 27일 도입 당시부터 애매한 규정과 처벌위주의 대책으로 비판이 무성했다. 실제 지난 2년간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시행한 결과 사망 등 중대사고가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나는 등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영세 기업들에까지 법을 적용해야 한다니 당연히 부작용이 우려된다. 실제 경총이 지난해 말 50인 미만 1053개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94%가 준비가 완료되지 않았고 절반은 안전관리 인력조차 확보하지 못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현실을 반영해 정부·여당은 연말 임시국회에서 이 법의 적용 시점을 2년 더 늦추는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거대 야당의 벽에 막혀 진전이 없다. 민주당은 유예 조건으로 정부의 준비 부족 사과, 재정 지원, 2년 후 반드시 시행 등 세 가지를 요구하더니 정부가 막상 관련 요구사항을 모두 받아들이자 이번엔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유야무야된 산업안전보건청 설치를 새 전제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협상 테이블에 앉아 있지만 실제로는 노동계를 의식해 유예 방안 합의에 관심이 없다는 걸 보여준다.

여당부터 성의있는 자세로 야당을 설득해 합의안을 도출해야겠지만 일련의 상황을 보면 열쇠를 쥐고 있는 민주당이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 아무리 총선 정국에서 경영계와 대립하는 노동계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대기업 거대노조의 이익만 대변하는 게 민주당의 본색이다.민주당은 책임 있는 공당의 자세로 경제의 풀뿌리인 영세업체와 자영업자들의 애타는 호소에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 남은 기간까지 최선을 다해 조속히 유예 법안을 처리한 후 보완 대책은 추후 논의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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