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쌀 벼 농가의 재배 첫 해인 올해 수확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가루쌀 벼 재배 농가들에 따르면 올해 필지(4000㎡)당 평균 생산량이 2100㎏으로 일반벼(3000㎏, 신동진벼 기준) 재배 농가들과 비교하면 수확량이 30%(900㎏)나 줄었다. 당초 농촌진흥청(농진청)이 제시했던 예상 수확량(2500㎏)보다도 16%(400㎏)나 적다. 가루쌀 직불금(ha당 100만원)을 감안하더라도 수지를 맞추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농민들은 정부 말만 믿었다가 손해를 보게 됐다며 내년부터는 가루쌀 벼를 심지 않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국의 쌀산업은 지속적인 소비 감소로 위기를 맞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양곡소비량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7㎏으로 30년 전(112.9kg, 1992년)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 영향으로 매년 수확철에 쌀값이 폭락해 생산 농가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남는 쌀을 정부가 대신 사주느라 매년 수천억원의 국민세금이 허비되고 있다. 식생활 패턴의 변화로 밥보다 빵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와는 반대로 밀가루는 연간 소비량이 200만t까지 늘어나고 있지만 자급률은 0.8%에 불과해 식량안보 위협 요인으로 등장한 것도 큰 문제다.
가루쌀은 기존의 밥쌀과 달리 가루로 빻아 빵이나 면류로 소비하기 적합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농진청 연구진이 유전공학적 기법을 활용해 10여년의 노력 끝에 개발해낸 신품종 쌀이다. 밥쌀용 벼 대신 가루쌀 벼를 재배하면 쌀의 과잉생산도 해소하고 밀가루 수입도 줄일 수 있다. 정부는 이 같은 판단에 따라 올해 처음으로 2000ha의 논에 밥쌀용 벼 대신 가루쌀 벼를 심도록 유도했으며 오는 2026년에는 4만ha까지 재배 면적을 늘릴 계획이다.
첫 해 수확량이 기대에 못 미치긴 했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정부는 가루쌀 벼 재배 확대 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직불금 지급을 늘려 재배 농가의 손실을 줄여주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가루쌀은 우리 농업이 안고 있는 쌀 과잉생산, 농가소득 불안, 식량안보 위협 등 3대 과제를 한꺼번에 풀 수 있는 획기적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