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에서 시민사회 몫 비례 후보로 내정됐던 전지예 후보와 정영이 후보가 그제 사퇴했다. 한미연합훈련 반대 시위를 벌인 반미 단체 ‘청년겨레하나’ 대표 이력과 사드 반대 시위를 주도한 사실 등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커지자 민주당이 교체를 요구한 지 하루 만이다.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는 같은 날 “당선되면 첫 번째 행동으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공언했다.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재직시 감찰 무마와 관련한 직권남용으로 1, 2심에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은 그가 검찰에 정치 보복을 선언한 셈이다.
두 후보의 사퇴와 조 대표의 특검법 선언은 전국구라는 이름으로 도입돼 올해 61년을 맞은 비례대표 국회의원제의 일그러진 현주소를 똑똑히 보여준 증거다. 비례대표는 원래 지역구 출마가 힘든 각 직능의 전문가나 사회적 약자들의 국회 진출 기회를 주기 위한 제도다. 소수의 의회 진출을 보장함으로써 정당 정치 발전에 기여한다는 장점도 있다.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에 각각 1표씩 투표하는 1인 2표제를 2004년 도입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총선을 앞두고 각 당이 공개한 비례 후보들 중에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거나 한미동맹을 위협하는 단체들의 인사가 적지 않다. 새진보연합의 용혜인 의원처럼 자신이 주도하는 당의 몫으로 자신을 ‘셀프 공천’해 비례의원직을 또 한 번 노리는 사례도 나왔다. 조국혁신당에는 1심에서 징역 3년형을 받은 황운하 의원 등 101명이 그제까지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했지만 수사, 재판 등이 진행 중인 인사도 여럿 있어 ‘방탄’ 논란이 불가피하다. 조 대표에 대해서는 개인적 한풀이에 가까운 공약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후안무치’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혁신을 강조하면서도 거대 양당은 전과 기록 보유자를 이미 지역구에 대거 공천했다. 12일 현재 민주당 37.5%, 국민의힘 21.8%다. 이런 판국에 비례대표마저 국가 안보를 흔들고 법치를 비웃는 인사들로 망가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비례대표는 정당의 나팔수 오명에 이어 범죄자 집합소 낙인을 피할 수 없다. 정치 혐오를 부추긴다며 민심이 더 들끓기 전에 확 뜯어고치는 게 비례대표제의 살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