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그제 40개의 현금성 복지 사업 예산을 증액하겠다고 밝혔다. 타부문에서 절감한 예산으로 서민 가정, 노인, 장애인 및 농어업인을 두텁게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과도하게 시혜적인 것도 많아 포퓰리즘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건강보험에서 지원하는 노인 임플란트 개수를 2개에서 4개로 늘린다거나 ‘1000원의 아침밥’ 지원을 확대하는 것 등이 우선 그렇다. 임플란트는 정부의 고령자 복지 지출이 급증하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반대 목소리도 무시할 수 없다. 명절 기간 전 국민 대상의 반값 여객선 운영도 시급한 사업이라고 보기 힘들다.
나라 살림이 정치 셈법에 발목 잡히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증액이 필요하다면 불요불급한 지출을 잘라내는 게 먼저다. 나랏빚이 1100조원을 넘어선데다 59조원의 대규모 세수 결손이 예상되는 현실을 모른 체 말아야 한다. 재정준칙 도입조차 1년 넘게 미루다 해를 넘기게 된 상황에서 무슨 염치로 긴축 예산을 흔들려 하나.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국가채무 확대를 이유로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것은 강 건너 불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