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다시 뛰는 가계빚, 부채축소 고삐 늦출 일 아니다

  • 등록 2024-06-14 오전 5:00:00

    수정 2024-06-14 오전 5:00:00

은행권 가계대출이 다시 큰 폭으로 늘고 있다. 한국은행이 그제 발표한 ‘5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가계대출 잔액이 전달보다 6조원 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지난 3월만 해도 감소세(-1조 7000억원)를 보였으나 4월 5조원 증가에 이어 갈수록 증가폭이 커지고 있다. 가계대출 급증의 주범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다.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액 가운데 주담대 증가액이 5조 7000억원이나 됐다.

주담대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정부가 저리의 주택 관련 정책대출 공급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디딤돌과 버팀목 대출이다. 지난달 전체 주담대 증가액 가운데 두 항목의 증가액이 3조 8000억원이나 된다. 디딤돌과 버팀목 대출은 주택을 사거나 전셋집을 얻을 때 은행들이 정상보다 훨씬 낮은 금리로 대출하도록 하고 금리차액을 주택도시기금을 통해 메꿔주는 방식이다. 따라서 은행권 가계대출 급증은 정부가 주택 시장을 띄우기 위해 이차 보전 방식으로 주택 관련 대출 세일을 한 결과다. 정부가 ‘영끌’(빚내서 집 사기) 열풍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국토교통부의 ‘2024년 주택도시기금 운용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주택 관련 이차 보전 사업에 1조 3951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그러나 주택시장을 띄우기 위해 막대한 혈세를 투입하는 것이 타당한지는 의문이다. 연내 금리 인하까지 가세하면 주택시장에 과다한 자금이 유입돼 집값 상승을 또 자극하고 젊은 세대들은 빚이 더 늘어날 것이다. 정부는 집값 상승→영끌 조장→가계빚 증가의 악순환을 유발하는 대출 세일을 멈춰야 한다.

최근 들어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이 개선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국내외에서 나오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부채 통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에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98.9%를 기록해 3년 반 만에 처음으로 100% 아래로 떨어졌다. 한은은 GDP 기준년을 2015년에서 2020년으로 개편한 결과 이 비율이 93.5%까지 내려갔다고 발표했다. 그렇더라도 한은의 목표 수준(80%)까지는 가야 할 길이 멀다. 과도한 가계빚은 금융 안정과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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