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의대 교수들 집단 행동에 쏟아진 '절망' 탄식

  • 등록 2024-03-19 오전 5:00:00

    수정 2024-03-19 오전 5:00:00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고 의료계에 정부와의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주 원장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대해 “국민의 건강과 안녕을 책임지는 정부로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정책”이라면서 “규모에 대한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큰 정책 방향이 제시됐다면 정상적인 정책 개선 프로세스에서 각자 의견을 개진하는 게 민주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료계의 정점에 있는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 제출 후 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을 옹호하며 자신들도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하는 데 대해 “절망스러운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주 원장은 공공의료의 대표 격인 국립중앙의료원의 전문의들이 지난 15일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을 지지하는 내용의 성명을 내자 원장으로서 가만있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주 원장이 진보적 의사단체로 간주되는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출신이라는 이유로 그의 입장 표명을 폄훼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밝힌 입장은 한 달이 다 되도록 계속되고 있는 극심한 의·정 갈등을 바라보는 국민의 일반 정서에 대체로 부합한다.

그만이 아니다. 지난 주말 대한뇌혈관외과학회와 대한뇌혈관내치료의학회 소속 전문의들이 성명을 내고 “합리적 해결이 될 때까지 병원을 지키겠다”면서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에 정부의 대화 제의에 응할 것을 촉구했다. 건국대 충주병원은 전공의들이 대부분 이탈한 가운데 병원에 남은 교수·전문의와 추가로 영입한 전문의들로 “정상 진료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움직임들은 집단 사직으로 대규모 의료 공백도 불사하겠다는 다수 의사들의 태도와 다른 것이어서 주목된다.

의·정 갈등은 또 한 번의 고비를 앞두고 있다. 전국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25일부터 ‘자발적 사직서 제출’에 나서겠다고 공언해 놓은 상황이다. 의대 교수들이 전공의들처럼 사직서를 제출하고 곧바로 출근을 중단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의료 현장의 혼란은 한층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의사들이 정부 정책에 이견이 있다면 의사 본분에 걸맞은 책임감 있는 자세로 정부와의 협의에 나서 달라는 것이 국민 대다수의 바람이다. 의료계에 상식적인 목소리가 보다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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