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풀 꺾인 소비자물가, 인플레 기대심리 차단해야

  • 등록 2023-12-06 오전 5:00:00

    수정 2023-12-06 오전 5:00:00

소비자물가에 제동이 걸렸다. 통계청이 어제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3%로 전월 대비 0.5%포인트 낮아졌다. 석유류 값은 하락폭이 커지고 농산물 값은 상승폭이 줄어든 것이 주효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7월 2.3%를 기록한 이후 3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며 10월에는 3.8%까지 치솟았으나 지난달 4개월 만에 다시 하락세로 전환됐다.

그러나 안심하기는 이르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30일 열린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5%에서 3.6%로,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4%에서 2.6%로 각각 0.1%포인트와 0.2%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반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2%에서 2.1%로 0.1%포인트 낮춰 잡았다. 이는 물가 상황이 쉽게 호전되지 않을 것이며 저성장·고물가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임을 예고한다. 최악의 경우 스태그플레이션(불황 속에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현상)의 함정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CPI)이 3.2%까지 떨어지면서 미 연준(Fed)이 조기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를 낳고 있다. 이를 배경으로 국내에서도 내년 상반기쯤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섣부른 낙관은 금물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폭이 하락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여전히 4개월 연속 3%대에 머물고 있다. 게다가 소비자들의 인플레 기대심리가 팽배해 있다. 한은이 최근 발표한 ‘11월 소비자 동향 조사’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율은 3.4%를 기록했다. 이는 소비자들이 내년에도 3%대 고물가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뜻이다. 소비자들의 인플레 기대심리는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와 기업의 제품 가격 상승을 유발할 위험이 크다.

따라서 소비자들의 인플레 기대심리를 차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한은이 긴축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 9월 한국과의 ‘연례협의 결과’를 통해 “인플레이션에 지속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IMF의 권고를 되새겨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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