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행정력 앞세운 MB식 물가잡기, 부작용 외면 말아야

  • 등록 2023-11-09 오전 5:00:00

    수정 2023-11-09 오전 5:00:00

정부가 행정력을 동원해 물가잡기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서민 물가와 직결되는 가공식품에 대해 품목별로 담당 공무원을 지정해 물가 관리를 전담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한다. 담당자를 두는 대상은 라면 빵 우유 과자 커피 설탕 아이스크림 등 7개 품목이다. 그러나 전통적 정책수단을 제쳐 두고 행정력을 동원해 물가를 억누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성공하기도 어렵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빵 과장’, ‘라면 사무관’이 등장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농식품부가 품목별 담당자 지정이라는 초강수를 들고나온 것은 먹거리 물가가 인플레 주범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의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아이스크림과 우유가 각각 15.2%와 14.3% 올랐고 설탕은 국제가격이 35%나 올랐다. 먹거리 물가 급등은 서민들의 생활고를 가중시키며 소비자들의 체감물가와도 직결돼 있어 인플레 기대심리 확산을 가속화할 우려가 높다. 따라서 정부가 먹거리 물가 안정을 위해 총력전을 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방식에 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첫해인 2008년 고유가와 곡물가격 급등으로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MB물가지수’를 도입했다. 생활필수품 52개를 따로 선정해 정부가 행정력을 동원해 특별관리하는 방식이었다. 밀가루·라면·배추 등 식자재와 지하철·버스요금, 학원비 등 민생과 직결된 품목의 물가를 정부가 직접 관리하겠다는 취지였지만 가격 오름세를 틀어막지는 못했다. 정책 시행 뒤 3년간 MB물가지수는 20.42%나 올라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12%)을 훨씬 앞질렀다. 정부가 가격을 억누르면 억누를수록 반발력도 커져 한 순간에 폭등세로 돌변하는 것이 물가의 생리다. 결국 정부가 과도하게 시장에 개입해 부작용을 키웠다는 바판을 피하지 못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범부처 특별물가안정체계를 가동할 것”이라며 “각 부처 차관이 물가안정책임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물가안정에 책임있는 자세로 임하는 것은 좋지만 이를 위해 행정력을 과도하게 동원하는 것은 위험하다. 실효성도 없을 뿐만 아니라 시장주의 원칙에 어긋난다. 이명박(MB) 정부의 실패 경험을 되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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