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의대 교수들도 의사들의 집단사직을 공언했다.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는 그제 비상대책위원회 긴급총회를 연 뒤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와 관련해 “정부가 합리적 해결 방안 도출에 나서지 않으면 오는 18일을 기점으로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자발적’이라는 말로 사직서 제출이 개인적 행동이 될 것임을 강조했지만 사실상은 집단사직이므로 의료법상 진료거부, 형법상 업무방해 등의 불법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최고 의대의 교수들이라면 뭔가 책임감 있는 대안 제시라도 할 줄 알았는데 무책임한 집단사직 예고라니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비단 서울대 의대만이 아니다. 지난 6일 경상국립대 의대에서 교수 12명 전원이 보직 사임원, 보직이 없는 교수 2명이 사직서를 각각 제출했다. 7일에는 경북대 의대 학장단 교수들이 일괄 사퇴 의사를 밝혔고, 울산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가 자발적 사직서 제출에 합의했다. 전국 각지의 의대 교수들이 이처럼 집단행동에 속속 나서면서 의·정 갈등의 골은 갈수록 더 깊어지는 양상이다. 이로 인한 의료 공백 확대로 환자 등 의료 수요자인 국민의 피해도 더 커질 전망이다.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가 한 달 가까이 계속되면서 주어진 진료와 수술 업무 외에 전공의가 하는 일까지 대신 해온 의대 교수들의 노고를 모르지 않는다. 제자인 전공의들에 대한 정부의 의사면허 정지 행정처분이 진행되는 상황을 스승으로서 방관할 수 없는 입장도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많은 국민은 정부와 의료계 간 강대 강 대치 속에서 갈등 해소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역할을 의대 교수들이 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어 왔다. 그런데 그러기는커녕 집단사직이라니 어이가 없다.
의대 교수들은 지금이라도 의ㆍ정 간 중재 리더십을 발휘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려야 한다. 전공의들에게 의료 현장 복귀를 설득하는 동시에 쟁점인 의대 정원 증원 문제에 대해 정부와 적극 소통해야 한다. 의료개혁이라는 큰 틀에서 대화한다면 합의점을 못 찾을 리 없다. 수리될 가능성도 별로 없는 집단사직 카드를 앞세우는 것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