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막 내린 대중 무역 전성시대, 수출 전략 재편 시급하다

  • 등록 2024-06-21 오전 5:00:00

    수정 2024-06-21 오전 5:00:00

우리의 전통적 수출 텃밭이었던 대중국 무역에서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의 경상수지 적자가 났다. 반면에 대미 무역은 역대 최대 규모의 경상 흑자를 실현했다. 한국은행이 그제 발표한 ‘2023년 지역별 국제수지’에 따르면 지난해 대중국 경상수지가 310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2022년(-85억달러)에 이은 2년 연속 적자다. 이와는 반대로 대미 경상수지는 912억 5000만달러에 달하는 기록적 흑자를 냈다.

한국 무역의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대중국 무역 전성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지난 10년간(2012~2021년) 대중무역에서 거둬들인 경상수지 흑자액은 3960억달러에 달한다. 매년 400억달러에 가까운 흑자를 꼬박꼬박 안겨 준 한국 수출의 황금 시장이었다. 이는 만성적 대일 및 대중동 무역 적자를 메우고도 남아 한국이 경상수지 흑자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버팀목이 됐다.

그러나 2022년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경상수지가 21년 만에 처음으로 85억달러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적자 규모가 거의 4배로 불어났다. 경상수지 악화는 수출 급감 때문이다. 2022년 1241억달러였던 대중국 상품수출은 지난해 973억달러로 21.6%(268억달러)나 줄었다. 대중국 수입 쪽도 심상찮은 변화가 감지된다. 자동차를 예로 들면 중국산 완성차 수입 비중이 2020년 1.5%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3분기에는 4.3%로 확대됐다. 테슬라와 폴스타 등 중국에서 만든 미국과 유럽계 전기차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

대중국 경상수지 악화 원인은 중국의 산업고도화에 따른 기술 추격과 국내 산업의 경쟁력 약화에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소원해진 한중 관계도 일부 영향이 있겠지만 근본 원인은 산업 경쟁력에서 찾아야 한다. 한국산 중간재를 중국에 수출하고 중국에서 완제품을 만들어 미국에 팔아 양국이 함께 이익을 누릴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미국과 유럽 등 3국 시장에서 경쟁해 이기지 못하면 존립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재래식 산업 뿐만 아니라 전기차와 배터리 등 첨단 산업에서도 강력한 경쟁자가 된 중국을 상대로 경쟁력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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