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무역의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대중국 무역 전성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지난 10년간(2012~2021년) 대중무역에서 거둬들인 경상수지 흑자액은 3960억달러에 달한다. 매년 400억달러에 가까운 흑자를 꼬박꼬박 안겨 준 한국 수출의 황금 시장이었다. 이는 만성적 대일 및 대중동 무역 적자를 메우고도 남아 한국이 경상수지 흑자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버팀목이 됐다.
대중국 경상수지 악화 원인은 중국의 산업고도화에 따른 기술 추격과 국내 산업의 경쟁력 약화에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소원해진 한중 관계도 일부 영향이 있겠지만 근본 원인은 산업 경쟁력에서 찾아야 한다. 한국산 중간재를 중국에 수출하고 중국에서 완제품을 만들어 미국에 팔아 양국이 함께 이익을 누릴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미국과 유럽 등 3국 시장에서 경쟁해 이기지 못하면 존립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재래식 산업 뿐만 아니라 전기차와 배터리 등 첨단 산업에서도 강력한 경쟁자가 된 중국을 상대로 경쟁력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