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제동 걸린 달빛철도...눈치보기 속도 조절이 전부인가

  • 등록 2023-12-07 오전 5:00:00

    수정 2023-12-07 오전 5:00:00

여야가 짬짜미로 밀어붙이려던 달빛고속철도 특별법이 포퓰리즘 논란에 부딪히며 제동이 걸렸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그제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여야 의원 261명이 공동발의한 달빛고속철도 특별법안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추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여야는 7일 국토위 전체 회의에서 법안을 의결한 뒤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8일 본회의에서 표결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의 강력한 반대에 더해 ‘퍼주기’ 비판을 의식한 내부 이견까지 겹치면서 처리를 일단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달빛고속철은 2030년 완공을 목표로 서대구역과 광주송정역을 동서로 잇는 총연장 198.8㎞의 구간에 철도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동서 화합과 내륙경제 활성화 등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명분으로 제시했다. 때문에 여야 당 지도부까지 모두 법안 발의에 이름을 올렸다. 국토교통부의 제 4차 국가철도망계획에 포함된 이 공사가 순탄하게 이뤄지도록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명분은 그럴듯 해도 특별법은 일반 국민들이 납득할 수 없는 문제점이 적지 않다.

최고 시속 250㎞의 고속화 일반 철도를 단선으로 건설하는 계획이 특별법에서는 최고 시속 300㎞의 복선 고속철로 바뀌었다. 이로 인해 예상 사업비도 6조원대에서 11조 3000억원으로 급팽창했다. 법안은 더구나 사전타당성 조사에서 비용대비 편익 값이 0.483에 그친 이 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건너뛰도록 했다. 경제적 효과가 투입 예산의 절반에도 미달하는 사업을 명분만으로 치밀한 검토와 조정없이 패싱시키려 한 셈이다. 포퓰리즘 논란을 의식한 광주시와 대구시가 사업비 축소 방안을 제시했다지만 그래도 8조 7000억원의 나랏돈이 투입돼야 한다.

총선을 앞두고 표심잡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여야의 대규모 인프라 선심 공세는 꼬리를 물 것이 확실하다. 달빛고속철 외에도 국회에는 지금 지하철 김포 5호선 연장 예타면제법과 도심철도 지하화 예타면제법 등 국가 재정에 큰 영향을 줄 법안들이 줄줄이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한 선심성 국책사업은 결국 미래세대 전체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치권이 반성과 함께 민심 두려운 줄 알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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