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이 다시 큰 폭으로 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이 지난달 말 715조 7383억원으로 한 달 만에 7조 2000억원 가까이 늘어나며 월간 증가폭이 2021년 4월(9조 2266억원) 이후 3년 3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은 3월까지만 해도 전월 대비 감소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4월 들어 증가세로 전환된 이후 6월 5조원대에 이어 지난달에는 7조원대로 증가폭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가계대출 증가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 내역을 살펴보면 주담대가 7조 6000억원이나 늘어 전체 가계대출 증가액을 앞질렀다. 문제는 은행들이 금리를 올려도 대출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3일과 18일, 우리은행도 지난달 12일과 24일 각각 두 차례나 주담대 금리를 올렸음에도 주담대 증가폭은 더 커졌다. 이에 국민은행은 지난달 말 다주택자에 대한 주담대 공급을 중단하기까지 했다.
주담대 증가는 부동산 시장에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강한 기대심리가 퍼져 있는 게 주원인이다. 이 결과, 젊은이들이 너도나도 은행 빚을 내서 집을 사려고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의 집값은 지난 4월 상승세로 돌아선 이후 갈수록 상승폭이 커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마지막 주 서울 아파트 값은 0.28% 오르며 19주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 값도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오르고 있다. 아파트 값이 들썩이면서 청약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 1순위 청약 경쟁률은 4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주 청약이 마감된 서울 서초구 한 아파트는 경쟁률이 527 대 1에 달했다.
가계대출 시장에 금리의 가격 기능이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 이런 현상은 젊은 세대의 ‘영끌’ 열풍과 또 한 차례의 집값 폭등을 예고하는 조짐으로 볼 수 있다. 경제 규모에 비해 과도하게 불어난 가계대출은 한국경제의 안정과 지속 성장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가계대출 폭증을 막으려면 집값 안정이 선결 과제다. 이를 위해 주택 공급 확대를 포함한 획기적인 대책 마련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