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항공청이 어제 경남 사천시에서 개청식을 열고 업무에 들어갔다. 우주항공청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여러 부서에 분산돼 있던 우주 관련 정부 기능을 넘겨받아 우주 개발과 우주산업 육성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윤영빈 전 서울대 항공우주학과 교수가 초대 청장에 내정됐고, 존 리 전 미국 항공우주국(NASA) 본부장이 연구개발(R&D)을 총괄하는 임무본부장을 맡았다. 세계 주요국들이 우주 개발을 미래 전략산업으로 새롭게 주목하는 상황에서 우리도 전문 정부 조직을 두게 돼 기대가 크다.
하지만 우리의 우주 기술과 산업 수준을 돌아보면 갈 길이 참으로 멀다. 우리나라는 달궤도 탐사선 다누리와 발사체 누리호 3차 발사 성공으로 7대 우주강국 반열에 올랐지만 선도국 그룹인 5대 우주강국과는 격차가 상당하다. 우주 기술 특허출원의 경우 중국이 지난해(10월 기준)1300여 건을 출원한 데 비해 우리나라는 고작 20여 건에 그쳤다. 국내 우주 관련 기업 매출 총액은 2022년 기준으로 약 3조 원에 그쳐 세계 시장 점유율이 1% 미만이다. 국내 우주 관련 기업은 440여 개이지만 상위 5개 기업의 매출이 절반 이상을 차지할 만큼 쏠림이 심하다.
정부는 우주항공청을 통해 2045년까지 5대 우주강국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이를 위해 2032년에 달 착륙, 2045년에 화성 탐사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그 사이에 혁신적인 우주 기업을 2천 개 이상 육성하고 관련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려 세계 시장 점유율을 1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한다. 그러나 우주 분야 후발 주자로서 세계 시장에서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을 뚫고 그 정도의 성과를 낸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우주항공청을 중심으로 정부와 산업계의 역량을 총동원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주 개발이 국가 주도로 이뤄진 과거와 달리 지금은 민간 기업의 창의적 역할에 크게 의존하는 추세다. 군사·안보적 관점보다 산업적 관점이 우세해지기도 했다. 달 착륙과 화성 탐사 같은 상징적 목표도 중요하지만 그런 목표에 자연스럽게 다가가게 할 만큼 유기적인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우주항공청이 이런 방향으로 분발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