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노란봉투법이 또 국회에 상정됐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20일 단독으로 환경노동위원회를 열어 노란봉투법 상정을 의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과 고용노동부 장관은 불참했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을 말한다. 파업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사용자 범위를 넓혀 원청기업 책임을 강화하는 게 핵심이다. 이 법은 직전 21대 국회에서 대통령 거부권에 막혀 폐기된 바 있다. 민주당은 총선 승리의 여세를 몰아 노란봉투법을 다시 밀어붙일 태세다.
새 개정안은 반기업 성격이 더 강해졌다. 노조를 조직하거나 가입한 자는 근로자로 추정한다는 내용이 그렇다. 이렇게 되면 플랫폼 노동자, 자영업자, 해고자도 노조를 조직해 기업에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 또 쟁의행위의 범위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에 관한 분쟁으로 넓혔다. 노조에게 ‘정치파업’의 길을 열어주는 격이다.
절차에도 하자가 있다. 무엇보다 국회법이 규정한 숙려기간을 거치지 않았다. 국회법 59조는 일부개정 법률안의 경우 회부일로부터 15일 간 숙려기간을 가진 뒤 상정하도록 규정한다. 예외적으로 ‘긴급하고 불가피한 사유로 위원회의 의결이 있는 경우’에만 숙려기간을 건너뛸 수 있다. 그러나 노란봉투법이 그처럼 ‘긴급하고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재계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1일 대기업 회원사 관련 임원들을 불러 긴급회의를 갖는 등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꼭 1년 전 손경식 경총 회장은 당시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개정안이 통과되면 원·하청 간 산업 생태계가 붕괴하고 현장은 1년 내내 노사분규와 불법행위로 혼란을 겪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지금 우려도 그때와 똑같다. 파업이 잦으면 기업은 해외에서 길을 찾는다. 과도한 노동권 강화는 국내 일자리를 줄이는 제 발등 찍기가 될 수 있다.
민주당은 국회를 쥐락펴락하고 있으나 거부권마저 무력화할 수준은 아니다. 결국 입법강행→거부권→폐기의 악순환이 되풀이될 게 뻔하다. 한국갤럽의 6월 셋째주 여론조사에서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 28%, 국민의힘 32%로 나타났다. 입법 독주는 민주당의 교만을 더욱 도드라지게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