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주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됐다. 트럼프는 오는 11월 재선에 도전한다. 지난 13일 피격 사건 이후 트럼프는 지지율 상승세를 탔다. 민주당에서 누가 나오든 트럼프는 재선 가능성이 꽤 높아 보인다. 트럼프 2기가 출범하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북한 관계를 비롯한 세계 안보는 물론 경제·통상 분야에서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철저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른바 트럼피즘을 관통하는 철학은 ‘미국 우선주의’다. 그는 18일(현지시간) 후보 수락연설에서 “미국에 물건을 팔고 싶으면 미국에서 만들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의하지 않으면 100~200%의 관세를 부과해 미국에서 팔지 못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대미 수출은 대중국 수출을 앞질러 22년 만에 미국이 우리나라 수출대상국 1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러니 트럼프가 무슨 말을 하든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금융시장엔 벌써 트럼프 리스크가 나타났다. 그는 16일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대만이 우리 반도체 사업을 전부 다 가져갔다”며 “지금 우리는 대만이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도록 수십억달러를 주고 있지만 그들은 그것도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바람에 대만이 자랑하는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 TSMC는 물론 미국 엔비디아 등도 주가가 흔들렸다.
트럼프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힘을 쏟은 반도체지원법(칩스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도 부정적이다. 칩스법은 미국에 공장을 짓는 국내외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근거가 된다. IRA는 전기차와 배터리 업체를 지원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차·기아, LG에너지솔루션 등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트럼프가 보조금에 태클을 걸면 우리 기업들의 대미 투자 전략이 헝클어진다.
한국은 미국에서 일자리를 가장 많이 창출하는 국가다. 제조업 부흥을 돕는 미국 ‘리쇼어링 이니셔티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 2만 360개 일자리를 만들어 중국-일본-독일을 앞섰다. 이처럼 객관적인 자료를 근거로 트럼프 진영을 설득하는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 그래야 트럼프 2기가 출범해도 한미 통상 관계를 연착륙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