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당국의 수장이 물가 대책으로 유통구조 개선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하지만 그만큼 뜯어고쳐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의류, 식료품, 월세 등 의식주 관련 비용은 2023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평균보다 55%나 비쌌다. OECD 평균 물가를 100으로 잡았을 때 사과는 279에 달했고 감자 208, 쇠고기 176, 오이 165 등 기초 먹거리 값이 주요국 평균을 훨씬 웃돌았다. 인터넷 비용이나 외래진료비, 공공요금은 주요국의 40%~70%선으로 낮았지만 천정부지의 생필품 값이 서민을 힘들게 한 것이다.
물가 관리는 역대 정권마다 민심을 가른 최대 변수 중 하나였다. 농축수산물 값이 급등할 때마다 정부가 재정을 동원해 할인 행사를 지원하고 비축 물량을 푸는 등 법석을 떤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한은이 수입 확대와 유통 구조 개선을 꼽은 이유를 곱씹어 봐야 한다. 고물가 행진이 계속되는 한 아무리 임금을 올려 봤자 서민 고통은 줄지 않는다. 농가를 위한다며 양곡법 등 퍼주기 법안을 밀어붙이는 야당도 보고서를 꼼꼼히 읽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