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OECD평균의1.5배...의식주 물가, 이대로 둘 수 있나

  • 등록 2024-06-20 오전 5:00:00

    수정 2024-06-20 오전 5:00:00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그제 “우리나라의 식료품 등 필수 소비재 가격이 주요국에 비해 높아 생활비 부담이 크다”면서 “통화정책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우니 어떤 구조 개선이 필요한지 고민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한은도 이날 ‘우리나라 물가 수준의 특징 및 시사점’ 보고서를 내놓고 생활비 부담을 낮추려면 농산물 공급 경로를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통화정책으로 생활물가를 잡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정부가 농산물·의류 등의 유통구조 개선에 적극 나서 달라고 한목소리로 촉구한 셈이다.

통화당국의 수장이 물가 대책으로 유통구조 개선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하지만 그만큼 뜯어고쳐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의류, 식료품, 월세 등 의식주 관련 비용은 2023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평균보다 55%나 비쌌다. OECD 평균 물가를 100으로 잡았을 때 사과는 279에 달했고 감자 208, 쇠고기 176, 오이 165 등 기초 먹거리 값이 주요국 평균을 훨씬 웃돌았다. 인터넷 비용이나 외래진료비, 공공요금은 주요국의 40%~70%선으로 낮았지만 천정부지의 생필품 값이 서민을 힘들게 한 것이다.

주목할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의 식료품 물가와 OECD 평균의 격차가 더 크게 벌어졌다는 점이다. 1990년 OECD 평균의 1.2배였던 식료품 물가는 지난해 1.6배로 확대됐다. 의류·신발은 1990년 9% 더 저렴했으나 작년에는 61% 더 비쌌다. 기후 변화 및 글로벌 시황 등 가격 변동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국내 의식주 물가가 납득하기 어려울 만큼 빠르게 뛰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그 배경에 수입 장벽과 복잡하게 꼬인 유통 구조가 있다고 밝혔다.

물가 관리는 역대 정권마다 민심을 가른 최대 변수 중 하나였다. 농축수산물 값이 급등할 때마다 정부가 재정을 동원해 할인 행사를 지원하고 비축 물량을 푸는 등 법석을 떤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한은이 수입 확대와 유통 구조 개선을 꼽은 이유를 곱씹어 봐야 한다. 고물가 행진이 계속되는 한 아무리 임금을 올려 봤자 서민 고통은 줄지 않는다. 농가를 위한다며 양곡법 등 퍼주기 법안을 밀어붙이는 야당도 보고서를 꼼꼼히 읽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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