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의 잇단 오물 풍선 도발, 무기화 가능성 대비해야

  • 등록 2024-06-03 오전 5:00:00

    수정 2024-06-03 오전 5:00:00

북한이 오물 풍선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28~29일에 이어 그제 또 다시 분뇨·폐비닐 등 각종 쓰레기가 담긴 비닐봉지를 풍선에 매달아 남쪽으로 날려 보냈다. 각각 260여 개와 600여 개에 이른다. 같은 기간에 연일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에선 남쪽을 향해 위성항법장치(GPS) 교란 전파를 송출했고, 지난달 30일에는 동해 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10여 발을 발사했다. 심리전과 무력시위를 동시다발적으로 자행하는 새로운 대남 도발 방식이다.

특히 오물 풍선 도발은 그 치졸함에 기가 막혀 헛웃음마저 나오게 한다. 북한은 남한 민간단체가 전단과 간소한 생활필수품 등을 풍선에 매달아 북쪽으로 날려 보내는 것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오물 풍선을 날려 보내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계속 주워 담아야 할 것”이라고 으름짱을 놓은 데 비춰 오물 풍선 도발은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군과 정부 당국은 오물 풍선으로 추정되는 비행 물체가 남쪽으로 넘어오면 낙하 예상 지역 주민들에게 경보 메시지를 보내는 한편, 낙하 즉시 병력을 동원해 수거하고 내용물을 분석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오물 풍선 도발에 군과 당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것을 문제 삼는다. 낙하하기 전에 격추할 수 없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3월 말 북한에서 남쪽으로 넘어온 정체불명의 비행 물체를 우리 공군이 격추한 적이 있다. 하지만 오물 풍선이 날아올 때마다 격추하는 데는 적지 않은 위험이 따른다. 산탄이나 유탄이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고, 북한 땅으로 총탄이 날아가면 더 큰 남북 갈등이 빚어질 수도 있다. 어제 대통령실이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지만 지금까지 군사적 대응을 하지 않았던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다만 오물 풍선의 무기화 가능성에는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생화학 무기나 폭탄류를 담아 내려보내지 말란 법이 없어서다. 때문에 넘어오는 비행 물체의 정체와 내용물을 조기에 파악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국제 사회 공론화를 통해 이런 상식 이하의 도발은 고립만 초래할 뿐이라는 것을 북한이 절감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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