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400원대 넘보는 환율, 거시경제 관리 위기감 가져야

  • 등록 2024-10-28 오전 5:00:00

    수정 2024-10-28 오전 5:00:00

환율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다. 원·달러 환율은 25일 1390.50원에 마감돼 심리적 마지노선인 달러당 1400원을 넘보고 있다. 10월 들어서만 70.50원 오르며 5% 넘는 가파른 상승세를 지속중이다. 미국이 기준금리 ‘빅 컷’을 단행했음에도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있는 것은 경제적 이유도 있지만 정치적 이슈의 영향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달러화는 최근 전 세계외환시장에서 강세다. 이는 미국 경제가 의외로 견고해 추가 금리인하 기대가 줄어든 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높아진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트럼프 재집권 시 그가 공약한 미국의 관세 확대 정책 도입으로 미국의 인플레이션 대책 강화와 금리 상승이 예상되면서 달러화가 강세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문제는 환율 급등이 최근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데 있다. 환율 급등은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낮아지던 인플레 압력을 다시 높일 가능성이 있다. 이는 침체된 내수경기 부양을 위한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를 제약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가뜩이나 집값 상승과 가계대출 증가세가 한은의 운신 폭을 좁힌 상황에서 환율까지 급등하면서 금리 인하는 더 어려워졌다.

미국을 방문 중인 이창용 한은 총재가 “환율이 너무 빨리 절상 또는 절하되지 않는가에 주목한다”며 “원·달러 환율에 대해 타깃(특정한 목표치)보다 변동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힌 것도 환율 급등세를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그는 외환시장 개입 여부에 대해 “환율이 어느 속도를 넘어 박스권을 벗어나면 조정이 필요한지 볼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 상승은 통상 국내 물가는 자극해도 수출에는 긍정적인 것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환율보다 세계경제 상황이 수출에 더 큰 영향을 주는 데다 환율 상승이 수입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려 정작 수출에 큰 기여를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환율 급등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 2분기부터 본격화된 저성장 국면에 그나마 안정됐던 물가까지 들썩이면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도 없지 않다. 거시경제 관리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어느 때보다 현명한 금융통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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