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아라비아 반도 인근 해역의 군사적 갈등으로 번지면서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급속히 고조되고 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응징하겠다며 아라비아 반도 서쪽 홍해에서 민간 선박을 공격해온 후티 반군에 대해 미국이 영국 등 동맹 국가들과 함께 군사적 행동에 나섰기 때문이다. 미국은 현지 시간 기준으로 지난 12~13일 이틀간 예멘 내 후티 반군 기지와 레이더 시설에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 앞서 11일에는 아라비아 반도 동쪽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 해군이 미국 유조선을 나포했다. 이란은 해당 선박이 이란산 석유를 훔쳐간 데 대한 사법적 조치라고 주장했으나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에 대한 경고의 의미가 커 보인다.
이로써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에 시작된 전쟁은 중동 전역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커졌다. 그동안 미국은 이스라엘을 지원하면서도 직접 무력행사에 나서기는 꺼려왔고, 중동 반미세력의 중추인 이란도 미국과 이스라엘을 비난하면서도 전쟁 개입을 피해 왔다. 하지만 이제 미국과 이란이 직접 행동에 나서면서 중동 전역엔 전운이 한층 짙어졌다. 물론 본격적인 확전을 예상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현 수준의 충돌과 갈등만으로도 해상 교역의 심각한 위축은 불가피하다.
홍해는 전 세계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의 60%와 교역량의 12%,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를 각각 차지한다. 게다가 두 곳은 아시아와 유럽 사이 해상 교역의 핵심 통로다. 두 곳의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악화한 공급망 교란으로 미국 기업 테슬라가 부품을 확보하지 못해 독일 내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국내에도 유럽쪽 수출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들이 비상 수송계획을 세우는 등 불똥이 튀기 시작했다. 미약하나마 회복 기미를 보이던 국내 경기가 자칫하면 중동발 리스크에 발목잡혀 다시 가라앉지나 않을지 우려된다.
일촉즉발의 중동 정세가 우리 경제에 미칠 수 있는 모든 악영향에 대응해야 한다. 우선은 중동을 오가는 우리 선박의 안전 대책을 세우고, 기업들의 수출에 막힘이 없도록 정부가 행정력과 외교력을 총동원해 지원해야 한다. 중동 지역 분쟁의 장기화에 대비해 공급망 다변화와 우회로 개척에 선제적으로 나서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