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유럽 원자력 유턴, 우리도 지속가능 원전 박차 가해야

  • 등록 2024-03-25 오전 5:00:00

    수정 2024-03-25 오전 5:00:00

주요 34개국 정부 대표들이 지난 2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원자력 정상회의’를 열고 원전 부활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회의에는 유럽연합(EU) 의장국인 벨기에와 미국, 중국, 영국, 프랑스,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참석했고, 우리나라도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동참했다. 이들 국가는 공동선언문에서 “기존 원자로 수명 연장과 신규 원전 건설 등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 봉인된 원자력 에너지의 잠재력을 끌어내자”고 밝혔다.

이번 회의는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후 세계적으로 위축되던 원전이 다시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대다수 유럽 국가들이 적극 참여한 사실이 우선 주목된다. 유럽이 독일 등 일부 국가의 반원전 기조가 여전함에도 EU 차원에서 ‘원자력 유턴’을 공식화한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2022년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러시아 의존도가 높은 유럽의 에너지 공급망이 불안정해진 것이 주된 배경으로 작용했다. EU가 2021년 발표한 입법 패키지 ‘핏 포 55’를 통해 상향 조정한 탄소배출 감축 목표가 원전 없이는 어렵다는 인식도 깔려 있다.

때마침 우리 정부가 중장기 원전 정책 수립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2일 서울 원자력산업협회에서 산업계와 학계, 연구기관의 전문가 16명이 참석한 가운데 ‘2050 중장기 원전 로드맵’ 수립을 위한 태스크포스(TF) 킥오프 회의를 열었다. 정부는 TF에서 도출하는 안을 토대로 연내에 중장기 원전 로드맵을 완성할 방침이다. 모쪼록 그 로드맵이 원전 산업 발전과 안정적 에너지 수급을 뒷받침하는 정책 틀이 되기를 기대한다.

중장기 원전 로드맵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책 자체의 지속가능성 확보다. 어느 정당이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 원전 정책이 크게 흔들려서는 안 된다. 연구개발과 산업 양 측면의 원전 생태계를 내실 있게 구축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와 합리적 에너지 믹스 원칙에 부합하는 로드맵이어야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지지부진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시설 건설을 서두르는 것도 필수 과제다. 방폐장 없이는 원전 부활 흐름에 올라타기는커녕 기존 원전 운영조차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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