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도발, 대공수사 공백…안보 믿을 수 있나

  • 등록 2024-01-02 오전 5:00:00

    수정 2024-01-02 오전 5:00:00

새해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30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 전쟁 중에 있는 교전국”으로 규정하고 대남 노선의 근본적인 방향 전환을 선언했다. “북남은 더이상 동족 관계가 아니다”라며 “강 대 강, 대미 투쟁 원칙과 고압적·공세적 초강경 정책”을 공언했다. 북한의 위협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신년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자리에서 적대적 언사의 수위를 최고조로 높였다는 점에서 향후 한반도 정세의 엄중함이 읽힌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지난해 최고조에 달했다. 5차례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아 올렸고, 2차례 실패 끝에 군사정찰위성 발사에도 성공했다. 핵무력 고도화를 북한 헌법에 명시하고 핵 선제 사용을 법제화하는 등 핵 타격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다. 북한의 9·19 군사합의 전면폐기 선언 이후 남북관계가 더욱 경색된 상황에서 단순 공갈이 아닌 실제 행동을 통한 위기 조성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4월 총선과 11월 미국 대선 등 주요 정치일정을 겨냥해 도발할 공산이 크다.

안보 불안이 고조되고 있지만 우리의 대응태세는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 새해부터 대공 수사권이 국가정보원에서 경찰로 이관됐지만 수사 역량과 인력은 턱없이 미흡하다. 신설되는 경찰 내 안보수사단은 수장부터 대공수사 경험이 없고 간부 80여명 중 절반가량이 안보 수사 경력 3년 미만의 초보다. 오랜 기간 노하우가 필요한 간첩수사와 방첩활동에 순환보직원칙을 적용하는 경찰이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또한 의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신년사에서 밝혔듯 북한의 오판을 줄이기 위해 군사적으로 압도적 대응 역량을 과시하는 건 필수적 과제다. 그 못지않게 중요한 건 내부에 암약하는 간첩을 적발해 안보공백을 빈틈없이 메우는 일이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는 문재인 정부의 무책임한 처사였지만 윤 정부로서도 방관만 할 수는 없다. 안보경찰에 대한 질적 양적 보강을 서두르고 국정원과의 협업 체계가 실효성있게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을 부활하거나 국정원과 경찰의 대공 수사 인력을 합쳐 별도의 안보수사청을 만드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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